장소 선정·설계·제초·성토·식재까지
주민이 주도… 공동체 ‘한 평 정원’ 탄생
市, 탄금공원 13만㎡ 지방정원 ‘구슬땀’
도시 품격 ‘업’… 생태축 복원사업 선정
시민 참여 숲·도시바람길 숲도 핫플
휴식공간 넘어 환경 정화 역할 ‘톡톡’
국토의 중심을 상징하며 중앙탑이라 불리는 중원탑평리7층석탑이 자리한 충북 충주시는 공군비행단과 충주댐 등으로 개발 제약이 많은 도농복합도시다. 그래서인지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도시로 꼽히는 역설적인 모습도 간직한다. 고개만 돌려도 산이 눈에 들어오고 차로 조금만 움직이면 시원한 남한강을 눈앞에 둘 수 있다. 중원경이라는 설도 있듯 한반도의 중요 역사가 깃들어 있다. 변화도 맞이했다. 2014년 조길형 충주시장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490개 기업 12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로 2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중부내륙 신산업도시로 새롭게 비상하고 있다.
충주시가 시민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시는 도심 곳곳에 정원과 숲을 가꾸는 ‘정원도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정원으로 산업과 사람,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에서다. 13일 시에 따르면 시가 본격적으로 정원도시를 표방한 것은 2023년쯤이다. 시의 정원도시 조성 출발점과 주인공은 시민이다. 관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활동하는 속에서 조성하는 정원이다. 무거운 하중을 견디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하듯 공공 주도가 아닌 내가 사는 곳 주변에 내 손으로 정원을 만들고 언제든지 가꾸는 손길이 닿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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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조성한 한 평 정원에 지방정원까지
우선 시는 2022년 1기 ‘시민정원사’ 20명을 양성했다. 이들은 정원의 유지?관리 방법, 식물 기본지식 등의 이론교육과 견학 및 식재 실습활동을 병행하며 시민정원사로서 능력을 길렀다. 지난해 말 6기 시민정원사를 배출하면서 현재까지 150여명의 시민정원사가 활동한다. 이들은 충주의 골목길과 도로변, 공원 등지에 생활정원을 만들며 정원문화를 확산하고 정착시키는 주춧돌을 놓았다.
시는 시민정원사 양성에 이어 정원문화 확산 방안을 고민했다. 도시 가꿈에 주민 참여 기회를 확대?보장하고 주민 주도형 공동체 정원을 만들어 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모든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이른바 ‘한 평 정원’이 태동한다.
한 평 정원은 쓰레기 불법 투기로 몸살을 앓거나 자투리땅 등 유휴부지를 25개 읍?면?동 주민들이 직접 대상지로 선정했다. 장소 선정 뒤 설계, 제초, 성토, 식재 등 모든 작업에 주민이 참여해 정원 조성에 속도를 높였다. 앞서 시가 양성한 시민정원사도 한 평 정원 조성에 힘을 보탰다.
주민의 정성 어린 마음과 구슬땀이 담긴 일종의 공동체 정원은 하나둘 꽃을 피웠다. 완성된 한 평 정원에는 각자의 특색과 의미를 담은 이름도 생겼다. 용산동의 ‘꿈자람 정원’, 성내충인동의 ‘송화정원’, 앙성면의 ‘학미정원’ 등 이름도 제각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민들이 마을 특성을 담은 이름을 직접 지었기 때문이다. 한 평 정원은 작은 공간이지만 무엇보다도 큰 역할을 했다. 이웃 간의 휴식공간이자 소통창구가 되고 유휴공간을 아름답게 탈바꿈시킨 도시재생의 역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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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시민 주도 정원문화를 탄탄히 다지면서도 지방정원 조성에 힘을 쏟았다. 금릉동 탄금공원 일원 13만㎡ 용지에 도시 품격을 높일 지방정원이 들어선다. 이곳에는 대왕참나무, 백합나무, 왕벚나무, 낙우송 등의 수목과 다양한 초화가 곁들여지며 풍성한 녹음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충주는 최근 환경부 주관 ‘2025년 도시 생태축 복원사업’에 선정됐다. 도시 생태축 복원사업은 인구 증가와 도시 개발로 훼손된 산림과 습지를 복원해 동·식물 개체 수 소멸과 감소를 막는 사업이다. 복원사업 대상지는 지방정원 조성지와 접한 곳으로 녹지 복원과 생물 서식처 조성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한다. 지방정원과 생태축 복원사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의 멋을 깊게 하는 상승효과로 정원도시 충주를 더 빛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 참여의 숲과 도시바람길 숲도 만난다
시는 정원도시에 또 하나의 거점 공간으로 ‘시민의 숲’을 꼽는다. 이 숲은 호암근린공원 일원 20만㎡ 규모로 총 638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대규모 용지에서 진행되는 사업이기에 2단계에 걸쳐 순차적 개방을 목표로 진행한다. 시는 나무 22만그루와 초화류 17만본을 심은 1단계 사업지(5만㎡)를 지난해 8월 시민에게 개방했다. 소나무와 대나무, 자작나무, 메타세쿼이아, 벚나무 등 수종별 테마 숲은 자연을 몸으로 느끼고 사계절을 눈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맨발걷기 길(1㎞)을 조성해 건강도 챙길 수 있게 했다.
시민의 숲 2단계 사업용지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시민 참여의 숲’이다. ‘시민의 숲’ 이름에 맞게 시민 참여를 이끌고 상징성을 부여하며 숲에 대한 주인의식을 불어넣고자 지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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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은 시민들이 기증한 수목과 헌금으로 꾸며진다. 지난해 8월부터 약 넉 달 남짓한 기간에 4억1000만원의 헌수금과 2억원 상당의 헌수목 630여그루가 모였다. 참여한 시민 수는 1만8000여명으로 충주 인구의 8.5%에 달하는 인원이 참여했다. 충주시민의 염원이 담긴 시민의 숲은 올해 하반기 완전 개방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충주시는 휴식공간이라는 개념을 넘어 미세먼지 저감, 열섬현상 완화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생태복합공간 ‘도시바람길 숲’도 조성 중이다. 도시바람길 숲은 도심 외곽에서 생성되는 맑고 차가운 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여 순환시킨다.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공기 흐름을 유도하고 도심의 기온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현재까지 4곳(야현공원, 교현천, 달래강, 완충녹지)에 도시바람길 숲을 조성했다. 올해는 사직산과 번영대로, 충주천, 시민의 숲, 둔지공원 등 5곳에 도시바람길 숲을 조성한다.
시 관계자는 “시민이 함께 숲을 조성하려는 열정과 실천이 시민 참여의 숲과 곳곳에 한 평 정원을 만들었다”며 “지방정원과 도시바람길 숲 등 쉼의 공간이자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 정원도시 충주 만들기에 시민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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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 “시민의 목소리 적극 반영… 현장 중심 소통행정 강화”
“시민과 함께 자연과 공존하는 미래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조길형(사진) 충북 충주시장은 항상 “현장과 시민 속에 행정의 답이 있다”고 강조한다. 조 시장은 1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시민 삶과 직결된 현장을 수시로 찾아가 시민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 반영하고 시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현장 행정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시민과 함께’는 시민 참여의 숲 조성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조 시장은 지난해 8월 현안업무보고회에서 “단체가 회비 등으로 내는 획일적인 성금보다는 시민 개개인이 1만원씩이라도 내는 참여 동력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개개인 시민 참여 폭을 넓혀 진정한 시민 참여의 숲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조 시장은 시민의 숲은 물론 노인 일자리와 연계한 관리형 클린하우스, 각종 건축현장 등을 돌며 안전점검을 벌이고 시민들 요청사항을 시정에 반영하는 등 현장과 시민의 목소리를 챙기고 있다.
시는 민선 8기 들어 품격 있는 정원도시 충주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세계보건기구(WHO) 건강도시상, 대한민국 건강도시상, 서태평양건강도시연맹(AFHC) 창조적발전상 등 건강도시 부문 3관왕을 차지했다. 사람과 공간이 함께 건강한 도시로 인정받은 셈이다. 조 시장은 “충주 지방정원, 시민의 숲, 야현정원 등 거점 정원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일상 속 언제 어디서나 발길 닿는 곳마다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시민 주도 정원문화는 충주시의 자랑으로 꼽았다. 그는 “충주의 정원문화는 시민이 직접 설계하고 가꾸고 일구는 다른 도시의 정원문화와는 차별화된 문화”라며 “도심 곳곳에 시민의 손때가 묻은 공간이 참으로 자랑스럽다”고 했다.
시는 올해 푸른도시국과 정원도시과를 신설했다. 도심 곳곳에 공원과 정원을 만들어 어디에서든 푸르름을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조 시장은 정원도시 조성 계기에 관한 질문에 “시민들이 맘 편히 쉴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과 집 밖에 나가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자연을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재밌는 즐거움과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고 보전으로 자연과 사람, 산업이 함께 어우러진 건강한 충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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