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관련 아냐”→“방첩사 지원해라”
洪 해임 관련해선 “원장의 신임 잃었더라”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자신의 탄핵심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홍장원 전 차장과 통화를 하게 된 경위에 관해 설명한 대목이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홍 전 차장 주장의 신빙성을 흔들며 반박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조태용 국정원장에 대한 증인신문 이후 의견 진술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홍 전 차장 증인신문과 오늘 증인신문을 보면 대통령인 제가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원장이 국내에 있나 해외 출장 중인가에 대한 오해가 전화로 부득이하게 돼서 이렇게 시끄러워진 거 같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당시 홍 전 차장에게 체포조 지원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반박하며 18분에 걸쳐 반박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12월3일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국정원장이 참석해야 하는데, 원장이 미국에 출장 중이라고 착각해 홍 전 차장에게 전화를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조태용 원장이 참석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도 증언했다.
홍 전 차장에게 오후 11시쯤 다시 전화를 걸어 “원장이 (한국에) 있다는 말을 왜 안 했냐”고 따져 묻고 “방첩사령관과 육사 선후배니까 선후배 차원에서 지원을 좀 잘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해당 통화를 한 이유를 두고 윤 대통령은 지난 변론에서는 “계엄 사무가 아닌 간첩 검거와 관련해 방첩사를 도와주라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다음날 조 원장이 홍 전 차장 해임을 건의한 것과 관련해서는 조 원장이 홍 전 차장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한 문제를 알고도 미리 인사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질책했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은 “조 원장이 홍 전 차장에 대해 해임 건의를 한 게 12월4일 밤이라고 분명히 기억한다”며 “벌써 몇 달 전부터 정치적 중립 문제와 관련해 원장의 신임을 많이 잃은 상태인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원장에게 “원장님이 그렇게 신뢰를 못 하겠다 하면 인사 조치를 하시라. 후임자는 누가 좋은지 생각해서 알려달라”고 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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