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식품 가격 등 상승 여파
연준 긴축 종료 목표치 2% 상회
시카고 연은 총재 “정신이 번쩍”
‘금리인하 2025년 1회 그칠 것’ 전망
트럼프, SNS에 “바이든 탓 상승”
관세 부과로 인플레 더 자극 우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개월 만에 3%대에 재진입하며 미 경제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을 공언해온 관세 정책 등이 인플레이션을 재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가운데 정부 출범 이전 시기가 상당기간 포함된 1월 물가부터 이미 위험신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와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자마자 ‘물가 시험대’에 직면하게 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노동부는 1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1.1% 올라 1월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년과 비교해선 0.2% 내렸지만 전월 대비로는 1.8% 상승했다. 식품 가격도 1월 중 전월 대비 0.4% 상승해 물가 상승에 기여했다. 특히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여파로 계란 가격이 전월 대비 15.2% 오르며 급등세를 지속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다시 올라선 것은 지난해 6월(3.0%)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동안 긴축정책을 종료할 물가상승률 목표를 2%라고 여러 차례 공언해온 바 있기에 1월 CPI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가의 최근 동향을 반영하는 전월 대비 상승률도 0.5%로 2023년 8월(0.5%)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충격을 털어놓는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반응이 곧바로 나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현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물가 목표에 근접했지만 아직 도달하진 못했다”며 “오늘 발표된 물가 지표 역시 같은 상황을 말해준다”라고 언급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이번 지표에 대해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고 좀 더 직설적인 소감을 내놨다. 그는 “만약 이 같은 수준의 결과가 몇 달간 이어진다면 연준의 임무가 아직 완수되지 않았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가 관리를 위해 다시 긴축의 고삐를 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 기대도 크게 후퇴해 올 한 해 기준금리 인하가 1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살아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CPI 발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번 결과가 “바이든표 인플레이션 상승”이라고 주장했지만 물가 관리 부담으로 연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 등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공약이 구체화되며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자극 우려까지 시시각각으로 커지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내가 이기면 첫날부터 즉시 물가를 낮출 것”이라며 생활물가를 잡겠다는 공언을 해온 터라 물가 관리 실패는 임기 초기 국정동력 약화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언제 생활물가가 잡힐지 묻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며 미국을 부유한 국가로 만들고 소득을 늘려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 자신의 정책이라고 답했다. 즉시 물가를 잡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뺀 것이다. J D 밴스 부통령도 인터뷰에서 “(물가를 잡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면서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라고 기대치를 낮추는 발언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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