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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없으니 집에만”…무려 17만명 손 놨다

입력 : 2025-02-16 05:00:00 수정 : 2025-02-15 13: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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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제조업 불황, 고용 한파 직결…50대 취업자수 4년만에 감소세 전환

“청년층 취업 부진, 수시·경력 채용 증가 때문”…‘일시적 쉬었음’ 응답 비율↑

#1. 김모(27) 씨는 지난해 여름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반년이 넘도록 취업하지 못했다. 공기업과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꾸준히 준비해왔지만, 신입 공채가 줄고 경력직 채용이 늘어나면서 취업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김 씨는 “수십 곳에 지원했지만 면접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며 “고용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일단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병행하고 있지만, 언제 취업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크다.

 

#2. 이모(52) 씨는 건설 현장에서 20년 넘게 일을 해왔다. 지난해부터 건설업 경기가 악화되면서 일이 줄었고, 결국 올해 초 실직했다. 현재 재취업을 위해 다양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나이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는 “경험이 많아도 나이 때문에 면접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용직이라도 찾아보려 하지만 건설업 자체가 어렵다 보니 일거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3. 박모(66) 씨는 지난해부터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공공근로에 참여하고 있다. 박 씨는 “연금을 받기에는 부족하고, 별다른 소득이 없어서 일자리를 찾았다”며 “젊었을 때와 비교하면 임금이 적지만, 그래도 생활비라도 보탤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인 일자리 사업은 임시직이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올해 고용시장 전망이 암울하다. 60대 이상 취업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20·30대 취업자 수는 급감하는 추세다.

 

저출생으로 인한 생산연령인구 감소 효과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제조업의 불황이 고용 한파로 이어지고 있다. 50대 취업자 수가 4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15일 통계청 ‘2025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787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만5000명(0.5%) 증가했다.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비관적인 요소가 많다. 1월 취업자 수 증가를 주도한 산업은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이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종료됐던 직접·노인 일자리 사업이 1월에 재개되면서 보건복지, 공공행정 분야에서 취업자가 늘었다.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11만9000명 증가해 전체 취업자의 10.1%를 차지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34만명, 30대 취업자는 9만8000명 증가했다. 20대 취업자 수는 20만5000명 감소했다. 경제 허리층인 40대와 50대도 각각 7만1000명, 1만4000명 줄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360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만8000명 감소해 2021년 1월(-59만7000명)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44.8%로 1.5%포인트 하락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청년층에서 43만4000명으로 7.5%(3만명) 증가했다. 30대에서도 32만6000명으로 7.4%(2만3000명) 늘었다.

 

정부는 청년 취업 부진의 원인으로 수시·경력 채용 증가를 꼽았다. 수시·경력 채용이 확대되면서 ‘취업 준비’, ‘실업’보다는 ‘일시적 쉬었음’으로 응답하는 비율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50대 취업자 수 감소도 주목할 부분이다. 50대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21년 2월(-13만9000명) 이후 약 4년 만이다. 50대 종사자가 많은 건설업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1월 건설업 취업자는 16만9000명 줄어,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건설업은 경기 불황으로 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도 5만6000명 줄어 7개월 연속 감소했다.

 

건설업 취업자는 16만9000명 줄며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설 경기 불황의 영향이다. 이미지투데이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취업자 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 위험 등 경제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생산연령인구 감소 효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경기 하방 위험 등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SOC 예산·공공기관 투자 등을 신속 집행해 건설 경기를 보강하고 건설업 일자리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민관합동 채용박람회 등을 통해 청년층 취업을 독려하고 폐업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특화 취업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제조업·건설업 등 주요 업종의 고용 감소세가 지속되고 청년 등 고용 취약계층의 어려움도 여전하다”며 “주력 산업 업종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일자리 창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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