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연금개혁 이견 팽팽…여야의 민생구호 진정성 평가할 시험대
정부와 국회, 여야 대표가 이번주 한자리에 모이기로 하면서 장기간 대치 중인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등의 현안을 두고 여·야·정이 과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오는 20일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을 개최한다.
여·야·정이 지난달 9일 국정협의회 대표 4인 체제 구성에 합의한 지 42일 만에 대표 회담이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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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野 '35조 추경' 제안에 與 강력 반발
대내외적 경제 위기 속에 여야는 추경 편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추경의 내용부터 규모까지 각론에서 이견이 첨예하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35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제안했다. 전체 규모의 3분의 1가량인 약 13조원을 들여 국민 1인당 25만원을 소비 쿠폰으로 지급하되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한부모 가족에 추가 10만원의 지역 화폐를 지급하는 '민생회복 지원금' 사업이 핵심으로 꼽힌다.
앞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민생 지원금 때문에 추경 편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예산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우리 추경안은 조속히 추경이 편성될 수 있도록 정부·여당을 추동하려는 일종의 협상안으로, 협상 과정에서 얼마든지 양보 또는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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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 추경안이 미래 세대에 빚 부담을 과도하게 떠넘기는 데다, 정부 고유 권한인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면서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이 대표가 지역화폐 추경 편성을 포기하겠다고 하고서는 동일한 내용의 예산을 추경안에 넣으며 '현금 살포 포퓰리즘'을 버리지 못했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신들이 지난해 말 삭감한 예산안에 대한 사과 없이 예산을 늘리는 추경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일방적 감액에 대해 사과한다면 추경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반도체법 '주52시간 근로'·연금개혁 특위 구성 이견
반도체특별법은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인 근로 시간 문제를 포함한 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주요 경쟁국이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 인력의 무제한 근로를 허용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근로 시간을 규제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근로 시간 예외 조항은 뺀 채 여야 이견이 없는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 위주로 특별법을 먼저 처리하자고 맞서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장시간 노동에 의존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금개혁을 두고선 여당은 여야 동수의 국회 특위를 구성해 소득대체율을 포함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민주당은 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서 모수개혁을 먼저 처리한 뒤 구조개혁을 논의하자면서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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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생 구호 외친 여야, 진정성 평가할 시험대 올라
여·야·정 대표가 여러 현안을 놓고 '톱다운' 방식으로 머리를 맞대는 만큼 이번 회담은 여야의 민생 정치 진정성을 평가해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려운 민생·경기에 따른 추경 필요성, 중국 딥시크(DeepSeek)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을 계기로 대두된 첨단 산업 지원 필요성, 국민연금 고갈 우려 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타협안을 마련해야 할 압박을 받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가 여전히 현안에 대한 교착 상태를 놓고 '네 탓 공방'을 되풀이하고 있어서 성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근로 문제는 반도체특별법의 핵심이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4%는 연금 고갈 시기를 앞당기는 일인데 합의할 수 없다"면서 "이 대표가 말 바꾸기를 하지 말고 통 큰 결정을 내린다면 합의가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기존에 합의된 부분부터 먼저 통과시키자는 원칙을 견지하면 못 풀 민생 문제가 없는데 지엽적인 쟁점을 붙잡고 여당이 버티니 성과가 안 나는 것"이라며 "당략적 입장을 내려놓고 나라와 민생을 위해서 협의회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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