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회장, 대주주로서 사회적 책임 다할것”
MBK “출자자 돈 아닌 오너로 책임” 강조
‘채무 탕감 노린 회생’ 비판에 고육책인 듯
개인이 산 홈플러스 채권 2000억대 달해
불완전 판매 논란에 투자자 민원도 봇물
당국 ‘등급하락 알고 발행 의혹’ 규명 속도
증권사·신평사 거쳐 MBK도 검사 전망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을 신청한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남품업체의 피해지원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소상공인 ‘도미노 피해’ 우려와, 최대주주가 자구 노력 없이 채무 탕감을 노리고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채권자들의 비판을 가라앉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사전에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알고도 관련 채권을 발행해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 짙어지면서 금융당국의 검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MBK는 16일 입장문을 통해 “김 회장은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마련하겠다”며 “홈플러스 대주주로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으며, 홈플러스 희생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채권자분와 홈플러스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MBK 관계자는 “출자자 돈인 MBK파트너스의 자금이 아닌 오너(대주주)로서 책임을 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영권을 가진 기업 최대주주와 달리 일정기간 후 경영권을 되파는 사모펀드(PEF) 주주가 재정지원을 약속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회장은 과거 딜라이브 투자손실 당시에도 사재출연 요구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김 회장이 사재출연을 결심한 배경에는 홈플러스 사태로 납품거래처 피해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MBK파트너스의 묵인 아래 홈플러스가 신용등급평가 하향 가능성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판매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상황도 부담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과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 단기사채 등 단기채권의 판매액은 총 5949억원에 달한다. 대다수가 개인(2075억원)과 일반법인(3327억원)에 떠넘겨졌다.

홈플러스의 단기채권 판매와 관련해 불완전 판매 논란도 본격화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에만 11차례에 걸쳐 총 1807억원의 단기채권을 발행했고, 지난달 25일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락 통보 이후에도 820억원의 ABSTB를 추가로 발행했다.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의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하나증권의 불완전 판매 관련 민원 3건을 포함해 총 22건의 홈플러스 채권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금융당국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알고도 단기채권을 발행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 13일 ABSTB 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들을 상대로 검사에 착수한 금감원이 이달 중 MBK파트너스로 검사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홈플러스에 1조2000억원대의 대출을 해준 메리츠금융그룹은 5조원에 달하는 홈플러스의 자산으로 대출금을 회수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도미노 피해’ 우려에 당장 담보권 실행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권 등 외부 상황에) 부담을 느낀 메리츠가 대출 상환 유예나 금리 경감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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