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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30조를 아십니까] "죽지 못해 사는 삶인데… 범인인권은 보호 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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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2-16 15:56:50 수정 : 2008-12-16 15: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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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에 딸 잃은 어머니의 애절한 사연
30년 전 한 아이가 동급생에게 살해됐다. 살인범은 소년원에서 새 인생을 출발해 변호사가 됐지만 희생자의 어머니는 기억상실증, 여동생은 대인공포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웃 일본의 얘기지만 우리나라 범죄피해자들도 같은 고통에 시달린다. 우리나라 헌법 30조는 ‘범죄피해자는 법률에 따라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허술하기만 한 국내 범죄피해자 구조제도의 실태와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다. 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자 눈물은 다시 찾아왔다. 울지 않겠다던 딸과의 약속을, 딸을 추억할 때마다 어기고 있다. 지난 5일 강양 어머니 변모씨가 인터뷰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내 딸아이가 죽었습니다. 스산한 초봄 바람이 불던 어느날 저녁 집 근처 골목 담벼락 밑에서….

딸은 힘없이 누워 있었습니다. 아이를 끌어안는 순간 뜨겁고 미끌미끌한 무언가가 손에 묻었습니다. 그러고는 기억이 없습니다.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습니다. 딸의 마지막에 대한 기억은 이렇게 띄엄띄엄합니다.

범인은 벌집촌에 같이 살던 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남동생이었습니다. 그 역시 불법체류자로 가끔 형 집에 들러 놀다 가곤 한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를 유심히 살폈고, 그날 밤 보호자가 없다는 걸 알고는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는 딸에게 칼을 13번이나 휘둘렀습니다. 아이는 엄마를 목청껏 불렀을 겁니다.

딸 유골이 화장로를 나오던 그 시간, 범인은 붙잡혔습니다. 범인 얼굴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모자와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습니다. 그를 보호하기 위함이랍니다. 죗값을 받지 않고 본국으로 추방될까 불안하기만 합니다.

우리 딸은 천사였습니다. 부모 이혼으로 엄마하고만 살면서도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일 나가는 엄마를 위해 손수 밥을 챙겨 주기도 했습니다.

딸이 끓여 주던 김치찌개 맛은 뇌리에 선명합니다. 돈 없어 학원을 보내줄 수 없을 땐 제 녀석이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엄마, 학원 공부가 맞지 않는 것 같아.”

사십구재 때였습니다. 딸이 무속인 몸을 타고 내려왔습니다. 아이는 말없이 울기만 했습니다. 며칠 전 꿈에서처럼. 딸이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괜찮으니까 이젠 나 때문에 울지 마. 약속해 줘. 응? 엄마 어깨는 이제 누가 주물러 주지….” 그 어린 것은 죽어서도 엄마 걱정뿐이었습니다.

딸 길동무를 해주려고도 해봤습니다. 병원에서 준 신경안정제를 손에 잡히는 대로 입에 털어넣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틀이 지났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아 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딸아이 죽음 이후 나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유 없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가슴팍이 먹먹해 옵니다.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들을 보면 증세가 더욱 심해집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고 식은땀도 흐릅니다. 새벽에도 형광등을 켜 놓아야 안심이 됩니다. 술기운을 빌리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바깥 구경을 해본 지가 정말 오랩니다. 사람들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아들 녀석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동생을 지켜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아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못난 엄마는 아들을 돌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들은 아빠를 따라 시골로 내려갔습니다.

주위에선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딸을 잊으라고 합니다. 나 역시 딸을 추억하기 두렵습니다. 딸아이 사진도, 손때가 묻은 가재도구도 모두 내다버린 건 그 때문입니다. 오는 26일이면 딸의 열세 번째 생일이 됩니다. 생일선물로 아이를 엄마 가슴에 묻어 주려 합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조민중·양원보·송원영 기자

※지난 3월7일 밤 경기도 양주시 회암동에서 필리핀 국적의 불법체류자 J(31)는 중학생이던 강모(13)양을 성추행하려다 강양이 반항하자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의정부 지방법원은 J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강양 어머니 변모씨는 현재 불법체류자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더 이상 이 같은 희생이 생겨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이 글은 변씨와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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