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로 전역 뒤 美유학… 영주권 받고 병사 입대

김 준위는 1991년 한국에서 육군 소위(3사28기)로 임관한 뒤 이듬해 항공장교로 전환해 코브라, 500MD, UH-1H 등 다양한 기종의 헬기를 몰며 350여시간의 비행기록을 쌓았다. 그는 민항기 조종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1997년 8월 대위로 전역, 가족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에서 직장과 대학생활을 병행하며 조종사의 꿈을 키우던 그가 다시 군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9·11테러로 인한 영주권 취득 지연 및 병마와 싸우던 아들의 심장치료비 마련 등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그는 2005년 1월 미국 영주권을 받고는 미군 병사로 입대했다.
김 준위는 “35살이란 나이로 병사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면서 “하지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돼 입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병사 생활을 시작한 지 1년 후인 2005년 12월에는 시민권을 취득해 ‘항공준사관’을 지원해 합격했다. 이듬해 7월에는 상병에서 준위로 승진했다.
김 준위는 “항공장교 임관 연령이 29세로 제한돼 사실상 미군장교 임관이 불가능했지만 한국군 항공장교 출신이라는 경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년간의 아파치헬기 조종사 과정을 통과한 김 준위는 “후보생의 20%가량이 탈락한 정도로 어려운 과정이었다”며 “새벽 3시부터 시작하는 비행훈련과 여러 권의 교범을 통째로 외워야 하는 시험이 특히 힘들었지만 한국군에서 몸에 밴 인내와 끈기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미군에서 한국계 아파치헬기 조종사는 김 준위가 네 번째며, 한국군 장교로 전역한 뒤 미군 항공장교로 변신한 경우는 김인열 준위(미 8군사령부 근무)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9월 11년 만에 주한미군 군복을 입고 고국 땅을 밟은 김 준위는 이달 9∼20일 실시되는 ‘키 리졸브’ 한미연합연습과 4월 개최되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에도 참가한다.
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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