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는 미술시장을 이끌 만한 새로운 ‘재료’ 찾기의 모습으로 해석된다. 미술화상들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이 1970년대에 태동된 단색화다. 메이저 갤러리들이 앞다퉈 단색화를 띄우는 전시회를 열면서 작품 가격이 2∼3배까지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경매시장으로 바로 연결됐다. 국내 주요 미술품 경매사의 겨울 경매에서 단색화가 경합 끝에 모두 낙찰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꽁꽁 얼어붙은 미술시장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18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등의 단색화 12점은 모두 낙찰됐다. 이 중 9점은 미국, 중국 등 해외 컬렉터에게 팔렸다. 앞서 지난 16일 열린 K옥션 경매에서도 정상화, 하종현, 박서보, 윤형근 등의 단색화 22점이 모두 낙찰된 바 있다. 어떤 작품은 추정가보다 1억원 높게 팔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이론적 바탕이 취약한 단색화에 거품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화상들의 ‘기획적 띄우기’라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 근현대미술에서 이만한 재료도 흔치 않다는 점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연구자들이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미술을 새롭게 되돌아보려는 시도도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전시가 시작된 소마미술관의 ‘한국 다원주의 미술의 기원’ 전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단순히 순수미술시대와 민중미술시대로 대별하는 구분법에서 우선 탈피하고 있다. 다원주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가 다원주의의 기원연대이자 포스트모던의 시작 시점이라는 얘기다. 현대미술의 특징이 본격적으로 발아됐다는 분석이다. 매체의 다양성, 일상성이 부각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달 막을 내린 ‘1974-2014 아르코미술관 특별전’도 뒤돌아보기다. 40주년을 맞은 아르코미술관이 개관 이후 2000여회의 전시를 아카이브 형태로 살펴보는 자리였다. 70∼80년대 작가들의 활동을 재조명하는 ‘만남의 미학’, 90년대 신세대 미술의 이슈를 살피는 ‘시간표도 없이, 깃발도 없이’, 2000년대 이후 미술의 복합적인 기능을 조명하는 ‘문화적 복합체, 전시’ 등 세 가지 섹션의 구성이 이를 말해준다.
이런 흐름들이 한국미술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화상들도 한국미술시장을 이끌 새로운 품목들을 이런 움직임속에서 발굴해 내야 한다. 미술시장의 건강성도 다양성에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새해엔 미술계에 그림 같은 일이 벌어지길 기대해 본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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