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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아시아→아프리카…코로나보다 무서운 ‘혐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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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15 16:28:52 수정 : 2020-04-15 17: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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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廣州)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붙은 안내문. 흑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재중국 흑인 인권 단체 '블랙 리비티 차이나' 트위터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큼 무서운 것은 뿌리 깊은 ‘혐오 바이러스’의 민낯임이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혐오의 화살도 돌고 도는 양상이다.

 

발병 초기 유럽 등에서 아시아인들이 차별받아 논란이 됐는데, 최근 중국은 자국 내 아프리카인 차별로 물의를 빚었다. 제2의 진원지로 위기를 맞은 유럽에서도 혐오의 씨앗이 싹텄다. 프랑스인들이 코로나19를 옮겨왔다며 독일에서 공격 타깃이 되고 있다.

 

불과 두 달여 전 아시아계에 대한 세계적 인종차별 기류에 맞서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JeNeSuisPasUnVirus) 해시태그 운동을 벌인 일을 중국은 잊은 것일까. 중국에서 ‘흑인 출입 금지’ 안내문이 등장하자 세계는 경악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안내문 사진이 확산하면서 인종차별 행태에 대한 거센 반발이 일었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남부 광저우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지금 이 시간부터 흑인은 출입이 허가되지 않음을 알려드린다’는 문구를 포함한 공지문이 붙었다. 자사 매장의 인종차별적 조처를 비난하는 여론에 맥도날드 차이나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과하며 “해당 안내문을 제거하고 광저우 매장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잦아드는 분위기인 데 비해 해외 역유입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내 아프리카인 차별 논란은 불거졌다.

 

현지 매체와 SNS 등에 따르면 중국 내 아프리카인이 다수 거주하는 광저우에서 흑인이 집주인으로부터 쫓겨나거나 임의로 격리되는 등 차별 행위가 잇따랐다. 아프리카인들은 경찰이 흑인들을 숙소에서 쫓아냈고, 상점과 식당 등에서도 입장을 거부했다고 AFP에 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대사 리난(오른쪽에서 두번째) 주엘리 음키즈(오른쪽)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부 장관과 함께 코로나19 응급의료장비 인수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손 소독을 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AP연합뉴스

중국 주재 아프리카 대사들은 전날 중국 외교부에 서한을 보내 코로나19 관련 아프리카인에 대한 낙인찍기와 차별 상황에 대해 항의했다.

 

이를 의식한듯 중국은 1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의료장비를 지원했다. 즈웰리 음키제 남아공 보건부 장관은 이날 중국에서 기증한 의료용품이 막 도착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지원한 물품은 N95 마스크 1만장과 일회용 장갑, 의료용 마스크 5만장, 보호 가운과 고글 2000개 등으로 6∼8주간 쓸 수 있는 분량이다.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외무장관은 최근 중국의 아프리카인 인종차별 논란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런 우려에 대처하는 중국의 헌신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그라들지 않는 팬데믹 국면에 유럽인끼리 혐오를 방사하는 일도 일어났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왼쪽)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베를린=EPA연합뉴스

독일에서는 역사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프랑스에 대한 ‘반불 정서’가 바이러스 공포와 만나 혐오로 발현한 모습이다. 최근 프랑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독일 소도시 게르하임에서 국경을 넘어온 프랑스인을 향해 일부 독일인이 시비를 걸어 논란이 됐다.

 

독일 시민들은 마트 계산대에 줄 서 있거나 길을 가던 프랑스인에게 침을 뱉고 “코로나 국가로 돌아가라”는 폭언과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11일 트위터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코로나바이러스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안케 레흐린거 자를란트주 경제부 장관도 “프랑스 친구들에게 (대신) 사과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프랑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4만3000여명으로 독일(13만1000여명)과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치명률이 10.9% 수준으로 독일(2.5%)에 비해 상당히 높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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