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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집단행동과 이에 관한 법적 조치 가능성 [알아야 보이는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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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19 13:00:00 수정 : 2024-02-18 21: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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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의대 입학 인원을 2000명 증원한다는 정부 결정 후 의사의 집단행동 및 이에 따른 법적 조치 등에 관해 최근 들어 여러 관측이 개진되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도 전공의(인턴·레지던트)를 포함한 주니어 닥터(junior doctor)가 급여 인상을 요구하며 1년 정도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진료 지연 수백만건이 발생하고 있고, 특히 암 환자의 1/3 정도가 치명적인 진료 대기상태에 놓여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의·약 분업 도입 당시 의료계가 1년여 동안 5번에 걸쳐 집단 휴업과 폐업을 했고, 의대생들의 국가시험 응시 거부나 자퇴서 집단 제출 등도 있었다. 만약 이번에도 집단행동이 현실화되면 다시 한번 의료현장에서 진료 지연이 발생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련된 모든 이슈에 대해 논할 수는 없겠으나 몇가지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먼저 ‘의사가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노동3권으로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고, 노동조합법은 적법한 단체행동권의 행사에 대해선 민사 및 형사상의 책임을 면책하고 있다. 그러나 위법한 단체행동권의 행사가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사용자에 대해 형법상의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이는 근로자 지위에 해당하는 것인 만큼 개업의와 같이 당초부터 근로자 지위가 아닌 집단행동으로는 위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행사 요건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근로조건에 관해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한 것이 있다. 의대 입학 인원 증원은 근로조건이 아니고,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므로 전공의 등이 단체행동을 적법하게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사직을 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살펴보자. 판례는 헌법 제15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누구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그 안에는 당연히 직업이탈의 자유도 포함되므로, 폭력적 수단을 전혀 수반하지 않는 근로자 집단 퇴사로 인한 근로 제공 거부는 그것이 비록 집단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업무 인수·인계 절차가 다소 소홀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여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만약 사용자가 집단 사직을 예측할 수 있었고 이에 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집단 사직 자체만으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공의 중 인턴과 레지던트를 처음 시작하는 이는 어떨까.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가 개시되기 전에는 중도 해지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근로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체결한 계약이 개시되기 전에 이를 해지하더라도 근로계약의 해지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계약기간 중인 레지던트가 사직했는데도 사용자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는다면 민법과 근로기준법의 규정에 의하게 될 것이다.

 

민법은 사직의 효력에 대해 몇가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먼저 근로계약 기간을 정함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제659조에 따라 3년을 경과한 때 근로계약 해지를 통고할 수 있고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경과하면 효력이 생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1조는 근로계약 기간이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판례는 민법의 규정과 달리 계약기간의 정함이 있더라도 1년이 지나면 언제든지 당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근로계약 기간을 정함이 없으면, 민법 제660조에 따라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고할 수 있다.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서 달리 정하지 않았다면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이 경과하면 효력이 생긴다. 만약 월급 등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통고를 받은 해당월로부터 다음달 말을 경과해 효력이 생긴다. 예를 들어 월급으로 보수를 받는다면 2월 중 해지를 통고해도 당기인 2월로부터 일기인 한달을 경과한 3월 말의 경과로 효력이 생긴다. 그리고 민법 제662조는 고용기간이 만료한 뒤 계속하여 그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가 상당한 기간 내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 고용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고용한 것으로 보고, 이때에는 고용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되므로 민법 660조에 따라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고할 수 있다. 민법의 규정과 다른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은 민법보다 짧은 기간을 정했을 때만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보자. 특정 업무 종사자들에게 법률을 통해 강제로 업무를 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업무개시명령제는 의료법과 약사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만 존재한다. 그 제도 자체가 강제노역을 금지하는 헌법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의 문제도 있지만, 업무개시명령 발령 요건의 모호성도 문제가 된다. 처분의 사전 통지나 의견 청취 없이도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는지 또한 불분명하다. 특히 행정절차법 제22조는 국민 다수의 생명, 안전 및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처분으로 30명 이상이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면 이를 개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업무개시명령은 행정처분이므로 행정절차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문서로 당사자에게 적법하게 송달될 때에만 유효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행정절차법 개정으로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으면 문서가 아닌 방식으로도 할 수 있으나, 송달에 대해서는 공공의 안전이나 복리에 관한 규정은 없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려면 당사자가 동의할 때만 유효하다. 송달 방식이 아닌 도달만으로 행정처분이 유효하게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도달은 상대방이 실제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여야 한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의 형태로 발송한다면 실제로 휴대전화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에 놓여야 유효하게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정처분이 유효하게 성립하였다는 점에 다툼이 있을 때는 행정청에 이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

 

만약 업무개시명령이 유효하게 성립해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 이행하면 되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먼저 사직의 효력이 발생했다면 근로계약상의 의무가 없으므로 업무개시명령의 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효력 발생 전이라면, 업무개시명령의 내용은 일정 시점까지 업무를 개시하라는 것이므로 일단 업무를 개시하고 일정 시점이 지난 뒤 다시 업무를 중단했을 때는 곧바로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개시한 업무 수행의 정도나 양이 감소했다고 해도 역시 곧바로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의료법은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 반해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은 의료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행정처분을 규정하고 있지 않고 의료기관에만 업무정지 15일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업무개시명령 위반 내지 형법 등을 위반해 금고형 이상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면 별도로 면허취소 사유가 되지만, 이 같은 선고를 받는 사례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취소 사유 또한 형이 확정되어야 발생하는 것이므로 형사절차가 완전히 종료되어야 면허취소를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업무개시명령에 관해서는 판례가 없으므로, 위와 같은 쟁점에 대한 결론은 불확실하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업무개시명령 위반을 이유로 형사처벌 및 면허취소를 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의 원인이 된 업무 중단이 이뤄지는 결과가 된다. 필연적으로 그 같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므로 의료현장의 혼란도 가중될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적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는 결론으로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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