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되어 처음 맡았던 이혼소송은 여러모로 잊을 수 없습니다. 원고인 제 의뢰인의 혼인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돌쟁이를 두었습니다. 거의 유일한 부부 공동재산이 남편인 피고의 특유재산인 데다 혼인 기간이 짧다 보니(이혼소송 제기 수개월 전부터 별거) 애초 부부 공동재산의 취득 및 유지에 높은 기여도를 인정받긴 어려운 케이스였습니다. 그런데도 의뢰인은 상대방의 폭행과 폭언, 돌쟁이 아이의 양육에 관해서조차 독단적이고 비정상적인 언행 탓에 이혼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의뢰인은 이혼 후 행복해졌다고 합니다. 의뢰인의 카톡 프로필을 통해 엿본 돌쟁이 또한 건강하게 잘 자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송 후 몇년이 지나도 상대방은 간혹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감액을 주장하곤 했습니다. 상대방이 이혼소송 당시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몇년 후 그만둔 통에 양육비 직접지급 명령은 신청하지 못했고, 두 번 이행명령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행명령을 받고도 3차례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감치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데, 그 전에 미지급 양육비를 이행했기 때문에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한 차례 본지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 시 대응방안에 관한 글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2022. 1. 24. 게재). 집행권원(협의 이혼 시 양육비부담조서, 재판상 이혼 시 양육비 지급에 관한 확정판결 등)을 가지고 상대방의 재산에 곧바로 강제집행을 신청해 양육비를 충당할 수도 있지만, 상대방이 본인 명의 재산이 없다면 이행명령과 감치명령 등의 제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은 참 빨리 자랍니다. 몇번의 이행명령 신청과 강제집행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이에 돌쟁이는 어느덧 초등학교 졸업반이 되었습니다. 오래된 고객의 연락이 반가우면서도 그 연락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순전히 그 상대방 탓입니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개정돼 이제는 고의로 지급하지 않는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 출국 금지, 명단 공개, 형사처벌도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형사 고소를 위해서는 먼저 이행명령–감치명령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감치명령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1년 내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야 합니다. 얼마 전 약 10년간 1억원에 이르는 양육비를 미지급해온 부양 의무자에게 처음으로 징역 3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굴착기 기사로 일하면서 급여를 모두 현금으로 받고 본인의 다른 채무는 변제하면서도 양육비는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2023년부터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형사 판결이 선고되기 시작했으나 모두 벌금형 내지 집행유예 판결이었으니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긴 합니다.
물론 양육비 채무자의 입장에서 실직 등 경제사정의 변동이 생겼다면 이는 충분히 양육비 감액 청구의 사유가 됩니다. 하지만 그런 특별한 경우가 아닐진대 양육비 지급을 망설이고 있는 채무자가 있다면, 아이들의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최근의 형사 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제는 양육비 문제가 더는 개인 간 채권‧채무관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한 번 더 떠올리길 바랍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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