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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다양한 성년후견 제도 [알아야 보이는 법(法)]

입력 : 2024-05-27 13:00:00 수정 : 2024-06-30 19: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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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복기해보면 여러 성년후견 제도가 등장합니다. 재벌 그룹 회장(김갑수 분)과 그 회장의 손녀(김지원 분), 동거녀(이미숙 분) 그리고 가족 모두 후견제도의 중심에 있습니다.

 

필자는 작년 가을부터 △성년후견 제도의 종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시 정신 감정의 절차 △성년후견인의 업무 범위 △임의후견 계약에 이르기까지 성년후견 전반에 관해 여러 차례 소개했습니다.

 

드라마에서 재벌 그룹 회장은 건강한 상태였을 때 그간 호적 정리도 요구하지 않고 30년째 자신의 곁을 지킨 동거녀에게 “의식 불명 등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재산상 대리권을 비롯해 모든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를 남겨둡니다. 이는 사전에 당사자 간 계약으로 후견인을 선임해두는 ‘임의후견’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법상 임의후견인의 자격에는 제한이 없기에 법률상 가족이 아닌 동거녀가 후견인이 되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하물며 극중 동거녀는 공증까지 받아 계약의 요건도 충족했습니다. 임의후견 계약은 반드시 공정증서로 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후견은 피후견인의 사망으로 종료되는데, 극중 회장은 동거녀의 진심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후견을 종료시키고 가족을 지키는 선택을 합니다.

 

이 드라마의 헤로인인 재벌 3세 손녀는 뇌종양으로 점차 기억력 등에 문제가 생겼고 급기야 남편(김수현 분)까지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데, 정신상태가 위와 같다면 법정후견 가운데 최소한 한정후견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할 것입니다. 한정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인을 대상으로 하며, 원칙적으로 피성년후견인의 행위능력을 제한하지는 않습니다.

 

회장의 경우와 다른 점은 여주인공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정신적 제약이 발생했기 때문에 ‘임의후견’이 아닌 ‘법정후견’이 개시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점입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임의후견 계약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임의후견 계약은 후견을 받는 피후견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후견인을 공적으로 통제해 피후견인의 복리에 반해 권한을 함부로 행사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좋은 제도입니다.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데에 다소 비용이 들지만, 유사시 내가 원하는 이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범위에서 나를 돌보게끔 하는 것이(비록 내가 기억할 순 없을지라도) 최대한 나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에서는 못된 동거녀가 재벌 그룹의 가족을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내쫓고 회장과의 만남을 차단하는 등 전횡을 일삼았습니다만, 이는 극중 재미를 위한 장치일 뿐 현실의 임의후견 계약이었다면 상정하기 힘든 설정입니다. 피후견인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등은 임의후견인을 감독하는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을 신청하거나 임의후견인의 해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므로 재미와 감동은 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찾으시되, 혹시 모를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나만의 미래설계’는 현실의 변호사와 하길 추천합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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