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대응 나선 빅테크
중국, AI 추격 가능성에 미국선 당혹감 역력
GPU 수출 통제 등 사실상 실패로 판명
빅테크, 자본 지출 늘리며 인력도 보강
균열 생긴 ‘AI 정상회의’
올트먼, 안전한 AI 규칙 제정 비판 나서
“규제 중심 정책에 AI 경쟁 뒤처질 우려”
미국 이어 영국 ‘정상회의 합의문’ 서명 거부
더 이상 기술이냐 윤리냐, 개발이냐 규제냐 문제가 아니게 될까. 중국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추론 모델 딥시크 충격은 세계 AI 리더로 자찬하던 미국을 발칵 뒤집었다. 미·소 냉전시기, 미국보다 한발 앞서 옛 소련이 쏘아올린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에까지 비유됐다. 딥시크는 미·중 패권경쟁 중에 터진 지정학적 폭탄임을 비유한 것이다. ‘윤리적 AI’ 사용을 선도하고 룰을 만들기 위해 매년 세계 각국이 머리를 맞대던 ‘AI정상회의’에선 균열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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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관리 나섰지만 분주한 움직임
견제했지만 끝내 두눈으로 확인한 중국의 추격 가능성을 미국 빅테크들은 완전한 인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처음엔 “진정한 혁신”(1월29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이라고 했다가 “기술적으로 새로운 건 없다”(2월3일 오픈 AI의 샘 울트먼 CEO)며 이내 깎아내리는 논의가 나오는 장면에서 당혹감이 엿보인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정상회의에서 딥시크가 “인상적이지만 아마 중국 최고의 작품일 것”이라며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딥시크의 저비용 고효율에 대해서도 “(딥시크가) 전체 비용의 일부인 최종 훈련비용만 공개한 것 같다”며 “과장된 것”이라고 추측했다. 딥시크는 600만달러(약 87억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미국 스타트업의 성지 실리콘밸리에선 “메타 임원 1명 연봉”이라거나 “농담 같은 비용”이란 말로 충격을 표현했다. AI 개발에 핵심인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출을 통제하는 등 무역수단을 동원해 사실상 중국 AI 개발을 막으려 했던 것을 고려하면 비용추산 정확성 논란은 다소 궁색해진다는 평가다.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AI 업체들의 개발 과정이 합법적이었는지 의심의 눈초리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딥시크가 AI 모델 훈련을 위해 오픈AI 데이터를 무단 수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오픈AI와 MS는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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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빼가고, 돈 쏟아붓고
빅테크의 표정관리에도 외신들은 연일 긴장한 빅테크들의 분주한 동태를 전하고 있다. 인재영입 경쟁도 그중 하나다. 지난 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MS의 AI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무스타파 술레이만 부사장이 마르코 타그리아사치, 잘란 보르소스, 마티아스 민더러 등 딥마인드 연구원들을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 출신인 술레이만 부사장이 친정에서 핵심 인재들을 빼내 간 것이다. FT는 그만큼 “인재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빅테크들은 막대한 투자도 쏟아부을 전망이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아마존,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등 4개 대형 기술 기업의 올해 자본 지출 예정 규모는 총 3200억달러(466조원)에 달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는 지난해 총 자본 지출액인 2300억달러보다 40% 증가한 수치로, 이 지출은 대부분 AI 기술과 데이터센터 구축에 사용된다.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AI 모델을 내놓아 시장의 주목을 받긴 했지만, 결국 AI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고 여기엔 대규모 투자가 필수라는 계산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등에 업고 중국을 따돌릴 일전에 임하려는 모습이다.
4개 기업 중 올해 가장 많은 투자를 예고한 기업은 아마존으로, 올해 1000억달러 이상을 지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830억달러보다 20% 늘어난 규모다. MS는 “2025 회계연도(2024년 7월∼2025년 6월)에 800억달러를 AI 워크로드 데이터센터 구축에 할당할 것”이라며 “이 지출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벳은 올해 자본 지출 목표를 750억달러로 설정했는데 지출 대부분은 “기술 인프라, 서버와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킹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올해 자본 지출 예산을 600억∼650억달러로 설정했다. 지난해 1년간의 자본 지출 전망치보다 약 70% 증가한 수치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올해는 AI의 미래를 형성하는 결정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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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추격에 ‘서방식 규제’ “풀어 달라”
딥시크의 타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맞은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안전한 AI를 위해 서방 중심 자유주의 진영 국가가 공동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규칙에 대해서도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딥시크 파장 직후 열린 제3차 AI정상회의는 미국과 빅테크의 여론전의 장이 됐다.
올트먼은 지난 8일 AI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의 유력 일간 르몽드에 기고문을 내고 도발적 주장을 폈다. 세계 최초로 포괄적 AI 규제법을 만든 유럽연합(EU)을 향해 “지나친 규제 중심 정책으로 인해 AI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EU의 미래를 위한 ‘실존적 도전’의 중심에 AI가 있다. EU가 AI 기술 발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딥시크 충격 이후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조바심이 연일 표출되고 있다.
기존의 ‘룰 파괴’에 거리낌없는 트럼프 행정부도 AI정상회의에 가서 “규제보다 개발”이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AI정상회의 폐막 연설자 중 한 명으로 나서 “파리에 AI의 안전성보다 기회와 관련된 얘기를 하러 왔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이어 “미국은 AI 분야의 선두 주자로, 미국 정부는 이 위치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방성과 협력의 정신으로 우리 앞에 놓인 AI 혁명을 시작하고자 한다”며 “이러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선 AI 기술의 개발을 저해하는 게 아니라 촉진하는 규제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또 “특히 유럽의 친구들이 이 새로운 개척지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낙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 미국에서 최첨단 AI의 개발이 가능한 것은 개방적 규제 환경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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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AI’ 지킬 수 있을까
결국 미국은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AI를 위한 다양한 노력과 약속이 들어간 AI정상회의 합의문에 서명을 거부했다. 룰 파괴를 즐기다시피 하는 트럼프 행정부 특성상 합의문에 서명 거부를 할지 모른다는 예상이 있긴 했지만, 특정 주제를 가지고 힘을 모으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정상들이 모인 다자회의에서, 참석국가 대표가 합의문에는 서명하지 않은 건 분명한 파격 돌출 행보다. 영국까지 미국과 행보를 같이했다. 합의문에는 중국, 인도, 일본, 호주, 캐나다 등 60개국은 서명했다.
중국은 거대인구를 가진 권위주의 국가이기에 가능한 무차별적인 안면인식과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으로 AI기술 개발 토대를 구축했다. 서방은 인권 침해와 위법적 요소들을 비난하며 도덕적 우위를 갖고 AI 시대를 대비해 왔다. 그러나 딥시크 쇼크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열 이탈’로 서방세계는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EU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양강 구도에서 유럽도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자본력을 내세운 미국과 달리 ‘윤리적 AI’를 전략으로 내세워 차별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생존전략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전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인공지능에 대한 선언문에 (미국, 영국이) 서명하기를 거부한 것은, 이 기술을 개발하고 규제하는 데 있어 협력적인 접근방식에 대한 기대에 타격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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