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김하늘(8)양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같은 학교 교사(48)는 6개월 장기휴직을 냈다가 3주만에 돌연 복직했다. ‘심한 우울감으로 6개월 정도의 안정과 치료가 필요하다’던 가해교사가 복직할 수 있었던 건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의사소견서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20일 만에 가해교사 주치의의 소견서가 달라진 것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본인의 강력한 요청과 함께 약 효과가 나타났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40년 경력의 대전지역 병원 정신의학과 전문의 A씨는 1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3주 만에 의사소견서 내용이 달라진 건 흔하진 않지만 종종 있는 일”이라면서 “휴직을 했는데 업무 문제나 피치못할 사정 등이 있어 복직을 위한 소견서 요청이 들어오면 써줄 수 있다”고 했다.
우울증 약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소견서를 써줬다는 분석도 있다.
A전문의는 “통상적으로 우울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은 약 효과가 빠르면 1∼2주에 나타나기 때문에 가해교사의 경우 3주 정도가 지나 약 효과가 있고 일상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의료계의 말을 들어보면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 이르면 1∼2주에 효과를 보지만 늦으면 12주까지 걸린다고 한다.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가해교사는 지난해 12월 휴·복직 신청 때 대전 서구에 있는 한 병원에서 같은 전문의에게 진단 소견서를 받아 제출했다. 지난해 12월9일 휴직 당시엔 A씨의 상태에 대해 “심한 우울감,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어 최소 6개월 정도의 안정 가료를 요한다”고 했으나 같은 달 29일 제출한 복직 신청서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져 정상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2018년부터 우울증 증세를 보인 가해교사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휴복직을 반복했다. 병가는 지난해에 집중됐는데 지난해 10월에 짧으면 1∼2일, 길면 두달 가까이 병가를 냈다. 사유는 ‘병원진료’였다. 공무원법을 보면 7일 미만은 진단서를 첨부하지 않고 병가를 낼 수 있다. 가해교사는 지난해 10월14일부터 12월8일까지 54일간 병가를 내고 다음날 질병휴직을 6개월간 냈다.
의료법은 환자가 진단서를 요청하면 의사는 진단서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병가휴직자의 복직 근거를 진단서에만 의존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병원의 또다른 정신의학과 전문의 B씨는 “의사는 기본적으로 환자의 편에 서는 사람, 환자와의 신뢰 관계에 있다”며 “환자의 증세가 호전되도록 약물 처방이나 상담을 하는데, 기술적으로 정상이다라는 진단서 요청을 당사자에 요구하는 건 의료진에 부담”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진단서에 의존하지 않고, 복직자가 정상 근무가 가능한 지는 교육당국에서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해교사의 ‘계획범죄’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해교사는 범행 당일인 지난 10일 낮 인근 주방용품 판매점에서 흉기를 구입한 것이 확인됐다. 경찰은 가해교사가 점원에게 “잘 드는 칼이 있느냐”라고 물어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점원이 칼 용도를 묻자 명씨는 ‘주방에서 사용하려고 한다’는 취지의 대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전문의는 “‘계획 범죄’ 정황이 있다면 우울증이 기저에 있더라도 범행 전의 주변 환경이나 범행계획에 영향을 미친 요인에 대해 전문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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