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법’ ‘민식이법’ ‘종현이법’…
이른바 ‘네이밍법‘이 또다시 등장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정신 질환을 앓던 교사가 학생 김하늘(8)양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자, 정치권에서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교사들이 치료받고 휴식할 권리를 법제화하면서 피해자의 이름을 딴 ‘하늘이법’이라는 별칭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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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으로서 교육부총리 등과 함께 학교 안전 강화 방안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당정은 회의에서 고위험군 교사에 대한 긴급조치 등 관리·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의 주요 내용을 논의할 계획이다.
◆공론화 용이한 네이밍법, 신속 법제화 장점
네이밍법은 어려운 법안 이름을 직관적으로 풀어 화제성을 높이고 국민에게 법안의 중요성을 쉽게 설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21년 ‘정인이법’이라 불린 아동학대범죄 처벌법 개정안은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이 공론화된 지 일주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아동학대 신고가 있을 시 즉각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당시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정치권의 관심이 소홀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었다. ‘정인이법’이 통과되기에 앞서 20대 국회에서는 27건의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국화 본회의 통과 시점에도 이미 관련 법안 90여 건이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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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부실해도 반대 어려워” 졸속 입법 경계
하지만 네이밍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속한 입법을 추진하다 자칫 졸속 입법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13일 정치권에서 ‘하늘이법’이 언급되는 상황을 두고 “하늘이법이라고 하는 이름은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과거에도 피해자인 아동의 이름을 따서 법안명을 붙이는 정식 법안명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렇게 사회적으로 명칭을 붙이는 경우들이 있다. 그럴 경우 법안이 설익었더라도 부작용이 예상되더라도 법안에 반대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 관련 입법 과정에서도 근본적인 대책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돌봄교실 안전 문제나 안전 귀가 보장할 규정 마련 등에는 소홀하고 교사의 정신건강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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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규정 VS 솜방망이 처벌…논란된 ‘민식이법’
대표적으로 부작용 논란이 일어난 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다. 해당 법안은 2019년 충남 온양중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에서 김민식군(당시 7세)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고 3개월 만에 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지나치게 처벌 규정이 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이를 악용한 ‘민식이법 놀이’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유명무실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이 ‘민식이법’ 위반으로 재판 받은 판결문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전체 판결 중 집행유예와 벌금형의 비율이 88%에 달했다. 강력한 처벌 규정과 다르게 실제 선고에서는 실형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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