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DB에 75-63 승리 1위 확정
전희철 감독, 3년 만에 정상 탈환
통산 4번째… 통합우승 도전 나서
워니·김선형·안영준 등 활약 눈길
서울 SK가 2024∼2025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46경기 만에 1위를 확정했다. 개막 전까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SK가 리그 역사상 최소경기 1위 기록을 새로 쓰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전희철(51)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농구에 ‘찰떡콤비’ 자밀 워니와 김선형이 중심에 섰고, 안영준도 리그 최정상급 포워드로 성장하면서 이룬 쾌거다. 통산 네 번째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SK는 두 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SK는 16일 원주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75-63으로 이겨 37승9패를 기록했다. 이날 승리로 올 시즌 8경기를 남겨둔 SK는 2위 창원 LG와의 격차를 8.5경기까지 벌리며 역대 최소경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종전 기록은 2011∼2012시즌 원주 동부(현 DB)가 세운 47경기였다. 2021년 SK 사령탑으로 부임한 전 감독은 데뷔 시즌에 SK 통합우승을 지휘한 뒤, 3년 만에 다시 정규리그 정상으로 팀을 올려보냈다. 주전 선수들의 전력이 워낙 좋아 ‘슈퍼팀’으로 불린 지난 시즌 챔피언 부산 KCC,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수원 kt 등이 우승 후보로 꼽혔으나 전 감독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SK를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상대에 대한 ‘현미경 분석’으로 전략을 짜는 전 감독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전 감독은 “감독의 역할은 삼각형의 정점을 채우는 마지막 ‘10%’에 불과하다. 그 밑의 모든 받침과 틀은, 좋은 선수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선수들이 잘하지 못하면 절대 우승하지 못한다. 감독 역할은 코트 위에서 선수들 장점을 부각해주고 단점을 가려주는 것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사실 SK는 워니와 김선형이 이끄는 팀이라는 평가 속에 개막 전 약체로 분류됐다. 하지만 전 감독 지휘 아래 팀은 끈끈해졌고 선수들 기량도 크게 향상됐다. 전 감독은 “상대 팀을 압살할 만큼 강팀은 아니지만 SK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질김을 갖고 있다”며 “오래달리기를 잘했던 것”이라고 웃었다.
워니가 코트에서 중심을 잡아줬다. 워니는 SK가 치른 46경기에 모두 나서 평균 34분24초를 뛰며 23.5득점, 12.3리바운드, 4.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워니는 외국인 최우수선수(MVP)에 바짝 다가갔다. 조니 맥도웰, 라건아와 함께 3차례(2020년, 2022년, 2023년) MVP를 받아 최다 수상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워니가 올 시즌 트로피를 추가할 경우 새 기록을 쓰게 된다.
전 감독 지도 아래 안영준도 리그 정상급 포워드로 성장했다. 안영준은 올 시즌 44경기에서 34분17초를 뛰며 14.5점, 6.0리바운드 성적을 올렸다. 공수에서 맹활약한 안영준은 “공격과 수비를 다 잘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플래시썬’ 김선형은 올 시즌 43경기 13.5득점, 4.6어시스트 성적을 냈다. 자연스럽게 MVP 경쟁도 SK집안싸움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이제 SK는 통합우승을 노린다. 전 감독은 “1위가 기쁘지만 시즌 끝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던 팀들이 보통 플레이오프에도 강한 모습을 보여줘왔다”며 “너무 일찍 1위를 확정했다는 게 경기력과 선수단 분위기 측면에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은 경기를 치르며 선수들에게 화를 내는 게 좀 줄어들겠지만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한편 경기장을 팬들을 위해 끝까지 이기는 경기를 할 것”이라며 “좋은 연습 상대를 데리고 훈련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팀을 운영하겠다”고 예고했다. 안영준도 “선수들은 오직 통합우승 하나만 바라보고 지금까지 뛰어왔기 때문에 절대 해이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남은 경기도 부상을 조심하면서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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