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on]'바보' 박그리나, 희영-진숙-순남 3色 매력 발산

[세계닷컴]박그리나는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바보’(감독 김정권)에서 승룡(차태현)의 친구 상수(박희순)가 운영하는 술집 ‘작은별’의 여종업원 희영 역할을 맡아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현재 방영중인 KBS 아침드라마 ‘아름다운 시절’에서 국밥집 막내 딸 진숙의 촌스러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또 곧 개봉할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서는 소년 같은 소녀 순남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이전 영화 ‘연애의 목적’에서 극 중 박해일의 여자친구 희정, 드라마 ‘마왕’의 형사 등 모습과도 차별성을 드러내며 박그리나만의 연기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바보’ 속 박그리나, 술집 여종업원 희영.

박그리나는 ‘바보’가 영화로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미 만화 ‘바보’의 팬이었다. 그 중에서도 슬픔을 간직한 희영의 캐릭터에 매료됐다. 그는 “희영은 굉장히 빨간색인데, 속은 너무 하얗다.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고, 사람들도 그런 이유로 희영이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희영이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면서 감동을 받았지만 막상 연기하기엔 쉽지 않았다. 20대 여배우의 예쁜 얼굴과 발랄함까지도 포기했지만, 희영의 내면을 담아내기까진 녹록치 않았다. 또 희영을 연기하게 될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희영을 받아들이기에 더더욱 힘들었다.

“처음 만화를 보면서 생각했던 희영의 모습이 있는데, 작품에서 희영을 맡으면서 직접 받아들일 때는 참 어려웠다. 그래서 희영이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했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니까 편해졌다.”

많은 노력 끝에 완성한 희영이지만 분명 아쉬움도 있다. 만화와 달리 영화에서 희영의 비중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김정권 감독도 최근 영화전문사이트 무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희영 부분이 축소된 점을 아쉬워했다. 박그리나는 “촬영할 때는 만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거의 다 찍었다. 편집과정에서 축소돼 속상하긴 했지만, 영화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희영이라는 역할 못지않게 ‘바보’라는 작품 자체에도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희영이의 빨간 구두 이야기’를 아쉬워한 감독과 달리 박그리나는 ‘희영이 술을 마시고 모텔에서 상수와 교차되는 장면 후 승룡 토스트 가게에 가서 상수오빠한테 말하지 말라고 울면서 부탁하는 모습’을 가장 안타까운 장면으로 꼽았다. “당시 정말 술을 마시고 촬영했다. 계속 해롱해롱하면서 어렵게 찍었고,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 장면이 빠져도 문제는 없더라.”(웃음)

박그리나는 영화 ‘바보’에 캐스팅된 비화도 소개했다. “오디션 당시 ‘오빠 나 술 한잔만 사달라’(실제 영화에도 있는 장면)였는데, 감독님이 이 모습을 보고 꼭 술을 사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캐스팅됐다.”(웃음)

‘소년은 울지 않는다’ 속 박그리나, 소년 같은 소녀.

‘바보’도 2년 만에 개봉한데 이어 ‘소년은 울지 않는다’(4월 또는 5월 개봉예정)도 2년 만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쟁 후 고아들의 넝마 패거리 중 한명으로 원래 여자아이인데 살아남기 위해 남자처럼 하고 다니는 순남 역을 맡았다. ‘바보’의 희영과는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박그리나는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너무 기대된다. 거지, 소년, 옷도 딱 4벌 등 (외모적인 부분에서)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촬영했다. 소년에서 점점 소녀의 모습으로 변해가지만, 결과적으로 그 시대에 살던 소년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머리가 짧았는데, 여자 이동건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아름다운 시절’ 속 박그리나, 국밥집 막내 딸 진숙.

현재 박그리나는 매일 아침 KBS 아침드라마 ‘아름다운 시절’에서 국밥집 막내 딸 오진숙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영화 ‘바보’의 희영과는 정반대의 캐릭터이며, 곧 개봉할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모습과도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우연찮게도 동시에 각각 다른 세 가지의 박그리나를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박그리나는 “진숙이는 순진, 순박하면서도 자기감정에 솔직한 인물이다”며 “기존의 착한 매력에 다른 매력까지 한꺼번에 보여 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시절 그리고…

박그리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바로 지금이다. 그는 “지금이 가장 화려하고 저에겐 아름다운 시절인 것 같다”며 “드라마 촬영하고, 인터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식구들 다 행복하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시절이 있을까 싶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박그리나는 ‘배우’라는 이름으로 지금 만끽하고 있는 ‘아름다운 시절’이 계속되길 원했다. “좋은 작품으로 늘 건강한 모습으로 건강한 배우, 건강한 사람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으면 좋겠다. 연기할 수 있는 무대를 통해 지금보다 더 다양한 캐릭터로 만나 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