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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여성] 빛으로 표현한 노부부의 정감 어린 인간애

입력 : 2008-06-06 13:23:45 수정 : 2008-06-06 13: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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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미하일(미카엘)은 하나님의 명령을 받아 사람으로 살면서 인생에 대한 세 가지 질문의 답을 찾는다. ‘인간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상에 내려와 구두 수선공이 된 그는 해답을 찾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곧, 사람의 내부에는 사랑이 있고, 자기의 운명을 미리 아는 것이 허락되지 않으며, 사람은 사람과의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내용이다.

우연히도, 이 단편을 옮겨 놓은 듯한 명화가 있다. 바로 렘브란트의 ‘필레몬과 바우키스’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네덜란드 화가이기도 한 렘브란트의 작품에는 언제나 그렇듯 ‘렘브란트의 빛’이라 불리는 특유의 명암의 표현이 있다. 필레몬과 바우키스에도 그 빛이 작품 한구석에서 은은하게 비치고 있어 마주앉은 식탁에 정감과 인간애가 넘쳐 보이게 한다.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하는 이 그림의 내용은 제우스 신과 그의 아들, 헤르메스가 인간의 모습으로 지상을 시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피곤함에 지친 두 신은 마을에서 쉬어 갈 곳을 찾지만, 사람들은 초라한 모습인 그들을 모두 문전박대하였다. 간신히 마을의 가장 낡고 작은 오두막집에 이르자 비로소 따뜻한 환영의 목소리가 그들을 반겼다. 집 주인 필레몬과 그의 늙은 아내 바우키스는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형편에도 예상치 못한 손님의 방문에 기뻐하며 애지중지하던 거위 한 마리마저 잡으려는 정성을 보인다. 크게 감동한 제우스가 이를 말리고, 저녁식사 중 술을 따르면 저절로 술병 속에 술이 차오르는 ‘기적’을 보인다. 이 모습에 노부부는 매우 놀라며 소홀한 대접에 대해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구했다.

이미 이들의 정성에 탄복한 신들은 “야박한 인간에게 내릴 징벌을 피하게 해주겠노라”며 산으로 함께 갈 것을 권유했다. 늙은 부부가 꼭대기 근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마을은 온통 홍수 속에 잠기고, 그들의 오두막은 으리으리한 신전으로 변해 있었다. 이윽고 제우스는 어떠한 소원이든 이루어 주겠노라 제안한다. 필레몬과 바우키스는 평생을 사랑한 부부가 한날 한시에 세상을 뜨도록 해달라 빌었다. 그리고 그들은 소원처럼,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둘이 다정히 애기를 나누고 있을 때, 서로의 몸에서 나뭇잎이 나오는 것을 보며 죽어서도 영원히 신전을 지키는 보리수와 참나무로 변했다고 한다.

중국 전설에는 부부를 ‘비익조’와 ‘연리지’에 빗대어 ‘비익연리(比翼連里)’라 부른다. 비익조는 암수의 눈과 날개가 하나뿐이어서 언제나 짝을 지어 날아다니는 전설의 새이며, ‘연리지’는 두 나무가 맞닿아서 결까지 서로 통하는 것을 말한다.

평범한 인간들에게는 천사나 신을 구별할 눈이 달려 있지 않아 살다 보면 이들을 만난 줄도 모르
심형보 바람성형외과원장.
고 박대하기도 하고, 조우하여 예기치 않던 행운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현대의 천사는 신화 속에서처럼 인간에게 엄청난 기적을 베풀어 주기보다 작고 사소한 기쁨과 위로로 다가오지는 않을까? 하루하루 힘겹고 고단한 반복된 생활 속에서 나를 이해하고 위안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바로 그가, 그녀가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천사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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