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승리 후 큰소리치는 현실
지도자에 요구할 도덕성 수준
유권자 스스로 낮추어선 안 돼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이토 모토히코(齋藤元彦) 효고현 지사의 행보는 일본에서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시작은 효고현 A국장이 사이토 지사의 직원 대상 갑질, 지사 지위를 이용한 부적절한 처신 등을 주장하는 문서를 지난해 3월 외부에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비난을 듣고, 징계까지 받은 A국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A국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오면서 사이토 지사는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자신의 사임으로 치러진 지난해 11월 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며 기사회생했다.
최근 불거진 논란은 사이토 지사가 당선돼 주민들의 신임을 재확인했다는 사실과 과거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는 당위가 충돌하며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일 효고현의회 특별조사위원회는 A국장과 관련된 사안을 9개월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A국장이 제기한 사이토 지사의 갑질 의혹 상당수가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방문처 입구 20m 정도 앞에서 불가피한 이유로 관용차를 세워 내려준 직원을 질책하고, 근무 시간 이외 채팅 건수가 연간 2000여건에 달하는 등 밤이나 휴일에도 수많은 업무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는 “직원에 대한 질책은 갑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적절한 수준이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A국장은 공익제보를 한 내부고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징계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위원회 조사결과에 대해 사이토 지사는 “하나의 견해”라는 반응을 보였다. A국장에 대한 징계도 “적절했다”며 지금까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법률에 근거해 진행된 위원회의 조사결과지만 안중에도 없는 듯한 태도다. 이런 당당함(?)은 논란이 불거지고 사임한 뒤 선거에 다시 나가 당선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주민들의 재신임을 얻었다는 데서 오는 자신감이다. 추궁 일변도였던 위원회의 분위기도 선거 이후 바뀌었다고 한다. 사이토 지사를 옹호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위원들이 생겼다.
조사결과에 대해 효고현의회는 어떤 식으로든 대응해야 한다. A국장의 폭로 후 파문이 확산하자 만장일치로 불신임안을 가결해 사이토 지사를 몰아낸 게 효고현의회였다. 위원회 조사로 의혹이 상당수 사실로 인정된 만큼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 당위이고, 효고현의회에 주어진 책무다. 하지만 애매한 태도다. 자민당 효고현의원단 간부는 불신임 결의안의 제출 등을 검토할 것이냐는 언론의 질문에 “사이토 지사가 조사결과를 중대하게 수용하고, 대응하길 바란다”면서도 “갑자기 불신임 결의안을 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물론 사이토 지사의 태도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강하다. 아사히신문은 “사이토 지사가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면 여론의 분열도 통합으로 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지만 그 기회를 간과하고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한 효고현 의원의 말을 전했다. 선거 당시 사이토 지사 스스로 “고언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상기하라는 언론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사이토 지사의 이해하기 힘든 당당함, 효고현의회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의 결과와 정치인의 도덕성은 어떤 관계를 가지는 걸까라는 의문을 떠올리게 했다. 선거는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이고 당선은 주권자의 신뢰를 의미한다. 선거 승리가 가지는 중대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면죄부인 양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이기면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눈감아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도자에게 요구해야 할 도덕성의 수준을 주권자 스스로 낮추어서는 안 된다.
도덕성 논란의 대상이 된 이들이 선거 승리 후 큰소리치는 현실은 특정 국가, 지역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권력이 곧 도덕성인 양 도취해 있는 이들도 종종 본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도덕성 논란이 있다면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또 다른 의문을 떠올리게 된다. 사이토 지사는, 효고현의회는 위원회의 조사결과에 걸맞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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