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콧(Boycott)’은 정치·경제·사회·노동 등의 분야에서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행위에 맞서 벌이는 각종 거부운동을 통칭한다. 이 중 소비자가 특정 국가나 기업을 상대로 한 보이콧이 이른바 불매 운동이다. 경제 행위라기보다는 소비자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 등을 앞세워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적 성격을 띤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불매 운동을 벌인 상대 국가는 단연 일본이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망언이나 이슈가 터질 때마다 크고 작은 보이콧이 있었다. 2019년 10월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통제 조치 이후 벌어진 ‘NO 재팬’ 운동의 위세는 대단했다. 수입 맥주 상위권을 휩쓸던 일본 맥주가 슈퍼나 편의점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본 대표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휘청대면서 국내 주요 점포들이 문을 닫을 정도였다. 규슈·오키나와 등 일본 지방 도시는 한국인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국내에선 일본산 자동차의 주차까지 금지하는 건물도 생겼을 정도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폭력적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세계적인 미국 보이콧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상도 단순히 상품을 넘어 문화까지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야욕에 분노한 덴마크에선 ‘물산장려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덴마크 최대 소매 체인 살링그룹은 유럽산 제품 가격표에 검은색 별표(★)를 추가했다. 덴마크와 스웨덴에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산 대체 상품 목록도 공유하고 있다. ‘미국산 불매’라는 뜻의 페이스북 계정엔 6만3000여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독일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는 미국 투어를 취소했다.
‘미국의 51번째 주’ 조롱을 들은 캐나다가 미국 보이콧에 가장 적극적이다. 퀘벡 관광산업 연합에 따르면 올해 미국 여행을 계획한 여행객 절반이 취소했다. 지난해 캐나다인 2000만명이 미국을 방문해 쓴 돈은 30조원에 달한다. 캐나다의 애국심 물결은 ‘단풍잎’으로 상징되는 캐나다 국기 판매량을 2배로 끌어올렸다. 커피의 대명사인 아메리카노도 ‘캐나디아노’로 바꿔서 팔고 있다. 이러다가 한국에 ‘코리아노’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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