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최다 … 식탁안전 ‘빨간불’
항생제 내성균은 음식을 통해 사람에게 전달돼 질병 치료 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 항생제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지난해 전국의 대형마트와 시장, 횟집 등에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 162건과 광어 돔 우럭 등 수산물 50건을 포함한 212건을 구입해 세균에 의한 오염도 분석 및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분석 대상 축·수산물에서는 대장균 114주, 황색포도상구균 61주, 살모넬라균 2주, 장구균 20주 등 총 198개의 균주가 검출됐다. 대부분의 균은 닭고기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이들 균의 각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을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이 가장 심각한 국가인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국가 차원의 항생제안전관리사업을 펼친 결과 항생제 내성률이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였다.
대장균의 테트라사이클린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은 2004년에 87.6%에서 2012년에는 50.8%까지 낮아졌으나 지난해에는 57.9%로 다시 상승했다. 스트렙토마이신에 대한 내성률 역시 2012년에 31.1%까지 떨어졌으나 지난해에는 53.5%로 크게 반등했다.
황색포도상구균도 대페니실린 내성률이 2012년에 60.3%로 떨어졌다가 지난해에는 70.5%로 다시 올라갔다. 테트라사이클린에 대한 내성률 역시 2010년 이후 20% 이하로 나타났지만 지난해에는 29.5%로 상승했다.
특히 이번 검사에서는 악성 내성균이 다수 검출됐다. 돼지고기에서 분리된 균주 3개와 닭고기에서 분리된 2주가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으로 판정됐다. MRSA는 거의 모든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지닌 악성 세균으로 병원감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또 치명적 변종 대장균인 광범위베타락타마제(ESBL) 생산 대장균이 닭고기에서 2주 발견됐다. 이 균은 대장균 감염 치료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항균제에 내성을 보여 최근 세계적으로 요주의 악성 내성균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각한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 사료에 항생제를 배합하는 것을 전면금지했음에도 지난해 항생제 내성률이 증가한 이유로 연구팀은 자가치료 및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항생제의 사용량이 늘어난 것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농가에서는 여전히 자가치료 및 예방목적이라는 이유로 수의사 처방 없이 항생제를 대량 구입해 가축의 각종 질병예방에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평가원의 한 관계자는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환경에 배출할 경우 약보다 균의 내성이 더 빠르게 발전해 사람이 균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종=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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