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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압에 치여…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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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30 19:38:02 수정 : 2017-07-30 19: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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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유턴 등 이례적 움직임 보여 / 이동 속도 10㎞ 안팎… 장수 조짐 / 경로 유동적… 한반도 상륙 불투명
‘한 바퀴 돌고, 아래로 아래로, 다시 유턴.’

제5호 태풍 ‘노루’가 댄스 스텝처럼 복잡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노루는 현재 일본 도쿄 남쪽 1310㎞ 부근 해상에서 남진하고 있다. 소형으로 강도는 ‘중’, 최대풍속은 초속 32m다.

하지만 31일부터 다음달 1일 북쪽으로 유턴하면서 강도 ‘강’의 중형 태풍으로 덩치를 키울 전망이다. 노루는 닷새 전에도 일본 동쪽 먼바다에서 360도를 빙 도는 경로를 선보인 바 있다. 국가태풍센터 김동진 예보관은 “태풍이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보통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이라는 커다한 공기덩어리의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굴곡이 별로 없는 포물선 궤도를 그린다.

그런데 최근 태평양 북쪽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자리를 비우고 대신 규모가 작은 고기압이 앞다퉈 만들어지고 있다. 노루는 여러 고기압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종잡을 수 없는 경로를 그리게 된 것이다.

지난 21∼25일 노루 주변에서 제6호 태풍 ‘꿀랍’이 발생하면서 ‘후지와라 효과’까지 나타났다. 후지와라 효과란 인접한 두 태풍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예측 불가한 방향으로 태풍이 움직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노루의 기행은 이뿐이 아니다. 노루는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이며 장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풍은 빠를 때는 시속 60㎞ 이상으로 움직이지만 노루는 시속 10㎞ 안팎으로 서행 중이다. 다음달 초에는 시속 6㎞까지 느려질 전망이다. 이는 자동차가 주차장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느린 속도다.

바다 위를 천천히 누비다보니 계속 에너지를 공급받아 수명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평균 수명은 일주일 정도로 5일 만에 단명하는 것도 있지만 21일 발생한 노루는 열흘째인 이날까지도 언제 소멸될지 알 수 없다. 더구나 최근 며칠간 에너지가 더 많은 따뜻한 남쪽 해상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더 강하고 큰 태풍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태풍계의 이단아’ 노루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김 예보관은 “예상 경로가 유동적이어서 아직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앞으로 강풍 영역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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