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인 애기뿔소똥구리(사진)가 개체수는 적지만, 유전적 다양성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김익수 전남대 교수팀(응용생물학)과 함께 2016년부터 제주, 영광, 여수, 횡성, 서산, 옹진 6곳에서 확보한 애기뿔소똥구리 67마리를 대상으로 유전적 다양성을 연구한 결과 유전적 건강도가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5일 밝혔다.
애기뿔소똥구리는 소나 말, 양 등 초식동물의 똥을 가져가 먹거나 둥글게 경단을 만들어 그 밑에 굴을 파고 알을 낳는다. 원래 전국에 고루 분포했지만 1970년대 이후 똥 공급원인 가축의 사육방식이 바뀐 뒤로 개체가 줄어 2005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됐다.
이번 조사 결과 ‘유전적 다양성지수’는 평균 0.64로 나타났다. 유전적 다양성지수가 0.5 이상이면 다양성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제주(0.69)와 횡성(0.66)의 다양성이 높았다.
유전적 다양성이 높으면 질병이나 환경변화에 더 잘 대응할 수 있고, 근친교배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유전적 다양성에 근거한 과학적 종 복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대상인 애기뿔소똥구리는 환경부가 ‘현상금’까지 걸며 공개수배했던 소똥구리와는 다른 종이다. 현재 소똥구리는 1970년대 이후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사실상 절멸 상태이기 때문에 ‘멸종위기종’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비무장지대(DMZ)나 북한에 있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멸종위기 지위를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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