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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검증 힘든 지구온난화
美선 정치이념 따라 찬반 갈려
韓 ‘기후위기’ 동의율 90% 넘어
백신, 생명의 문제… 합의 이룰 것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생태학의 최대 연구 주제는 기후변화이다. 지난 60여년 동안 기후변화와 관련해 출판된 국제논문(SCI 논문) 수만 33만건에 이른다. 하루에 15편 이상 출판된 것이다. 기후변화는 수십년 또는 그 이상 동안 세계적 규모의 기후체계나 지역적 기후가 점차 변하는 것을 말한다. 기후변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진행되었지만, 최근 변화폭이 과거보다 훨씬 크고 빠른 것이 문제가 된다. 지구 온도는 과거 1만년 동안 섭씨 1도 이상 변한 적이 없었지만 지난 100여년 사이에 0.85도가 올랐다. 해수면도 1993년에 비해 2016년에 74mm 이상 상승했고 불볕더위나 집중강우도 과거보다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구 온도가 1도 오르면 고산우림지대의 절반이 감소하고 북극의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 희귀동물들은 서식지가 사라져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된다. 극단적으로 지구 온도가 6도 오르면 육지와 바다 생물의 95%가 전멸하고 인류의 생존 가능성도 희박해진다. 195개국이 참여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1.5도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라고 의결했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50 탄소 중립 계획’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도윤호 공주대 교수·생명과학

기후변화가 사람을 포함한 생태계의 생존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반론도 크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기후변화를 강조하는 과학자들이 인류의 안녕보다는 연구비 확보에 더 관심이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기후변화의 극단적인 결과와 예측을 제시해 일종의 ‘기후변화 공포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 수많은 과학단체에서 “기후변화는 분명한 사실이고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주된 요인이다”라고 여러 차례 성명을 발표했지만 회의론자들의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대중은 이런 과학문제에 대한 과학자들 간의 논쟁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에 논쟁을 일으켜 혜택을 얻는 이해집단이 존재하거나 정치이념이 이런 논쟁과 만나는 경우 대중도 과학문제에 대해 각기 다른 태도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견이 있는 집단과는 서로 극명하게 대립한다. 기후변화가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해 완벽한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글로벌 조사네트워크가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정도를 조사하기 위해 2019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세계 39개국 성인 2만9368명에게 기후변화와 관련된 몇 가지 주장에 대해 동의 여부를 조사하였다. 그중 한국의 응답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이어지는 기후변화가 있다’(95% 동의, 상위 2위), ‘지구온난화는 인간 활동의 결과다’(93% 동의, 상위 4위), ‘지구온난화는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다’(93% 동의, 상위 5위)라는 주장에 대해 동의율이 각각 90%를 넘어 39개 조사대상국 중 최상위권에 속했다.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의 주된 주장에 대중도 ‘합의’한 건 놀라운 일이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직관이나 감각으로 인지하기 어려운 규모와 시간대에 진행되는 현상이라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조차도 몇 가지 기후변화 증거에 대해 ‘합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는 매우 복잡하고 과학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기후변화의 주된 주장에 ‘합의’를 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이해집단이 거의 없거나 기후변화 주제가 정치이념과 결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빠르게 ‘합의’했을 수도 있다. 어찌 됐건 ‘합의’됐기 때문에 소모적인 논쟁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요즘 사회적 논쟁이 극심한 코로나 백신의 안전성은 기후변화와 비교하면 간단한 문제이다. 실험조건을 통제하고 실험을 반복하면서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문제로 쉽게 ‘합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백신에 대해 이해집단도 없고 정치이념이 영향을 줄 리 없는 모두의 생명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완전한 ‘합의’가 조만간 이뤄질 거라 믿는다.

 

도윤호 공주대 교수·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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