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출국길 의상과 유사…일부선 檢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도
프랑스 파리를 떠나기 전 자기를 소환하라며 검찰에 메시지 던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귀국길 패션’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유사하다는 생각지 못한 반응을 온라인에서 낳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인천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검은 뿔테 안경과 정장, 회색 머플러 등을 착용한 채 등장했다. 코트를 왼팔에 건 송 전 대표는 표지가 빨간 책도 한 권 들고 있었다.
송 전 대표가 든 책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American Prometheus)’ 영어 원서로 알려졌다.
저널리스트인 카이 버드와 영문학과 미국 역사학 교수인 마틴 셔윈 두 사람의 저자가 25년 동안 답사와 인터뷰, FBI 문서 열람 등 자료 수집을 거쳐 쓴 오펜하이머 일대기의 결정판이다.
아울러 2005년 출간되자마자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 전기 부문을 수상하고 2006년에는 퓰리처 상 전기·자서전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상황에서 어수선했던 송 전 대표의 귀국길을 두고 일부에서는 ‘한동훈 장관 컨셉 아니냐’는 다소 생각지 못한 반응이 나왔다.
앞서 한 장관이 지난달 7일 유럽 출장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찾았을 당시의 복장이나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출국길 한 장관은 검은색 정장과 뿔테를 착용하고 왼손에 빨간색 책을 들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기원전 460년경~400년경)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한글 번역본이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복장이나 이에 대비되는 붉은 표지 책의 유사성 등에서 송 전 대표가 의도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20여년간 5선을 지내고 인천광역시장 등을 거친 송 전 대표가 분명 자신의 패션에 미디어가 주목할 것을 가늠하고 이처럼 입었다는 추측이다.
지난해 12월부터 파리 그랑제콜(ESCP·파리경영대학원) 방문연구교수 자격으로 프랑스에서 머물러온 송 전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기자회견에서도 여러 차례 억울함을 드러내며 무고함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내년 총선 악재를 우려하는 당 안팎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자 끝내 백기를 든 양상이다.
당 대표 시절 이른바 ‘부동산 의혹’으로 당내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한 전례가 있어 같은 원칙이 자신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알려졌다.
더불어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한 돈 봉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자신에 대한 책임론이 분출하자, 거취 결단과 조기 귀국으로 정면 돌파 시도에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
송 전 대표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2일 파리 기자회견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서도 당을 위해 부담을 감수하고 고군분투하여 이겨내신 열두 분의 의원님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제가 귀국하면 검찰은 저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바로 저를 소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검찰 조사에 적극 응하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당시 탈당 권유를 한 의원들에게 최근 개별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송 전 대표의 정치적 명운은 향후 검찰 수사의 향배에 달리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장관과 유사한 송 전 대표의 차림새를 놓고 검찰을 겨냥한 ‘해볼 테면 해보라’는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까지도 일부에서 나온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