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범행 계획 여부 등에 따라
살인예비 등 혐의 적용 쉽지 않아
행안부, 경찰 진압장비 사용 지원
범죄 발생시 재난문자 활용 검토
‘혜화역 살인 예고’ 등 6명 구속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살인 예고 글’이 온라인상에 잇따르면서 법무부가 이 같은 행위를 ‘공중 협박’으로 보고 엄중히 처벌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도 마련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범죄 현장에서 경찰이 진압 장비를 쓸 수 있게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9일 “대검찰청으로부터 공중 협박 관련 법률 개정 건의를 받아들여 정보통신망법 등 법률에 살인 예고 글 등 공중 협박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살인 예고처럼 공중의 생명과 신체에 공포심을 야기하는 문언 등을 유포하거나 공공연히 게시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정보 유통을 차단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함께 근거 규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살인 등을 협박하는 범죄가 빈발하고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이런 공중 협박 행위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미비해 처벌 공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공중 협박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 미국, 독일 등 입법례를 참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경은 온라인상에 살인 예고 글을 올리는 행위에 대해 살인 예비나 위계공무집행방해, 협박 등 혐의를 적용하고 있는데, 범행 계획·실행 여부 등에 따라 적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살인 예비 혐의는 입증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대법원 판례상 살인 예비죄가 성립하려면 살인 준비에 관한 고의, 나아가 실행 착수까지는 이르지 않은 살인 실현을 위한 준비행위 등이 있어야 한다.

법무부는 다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나 공중 밀집 장소 등 공공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살인, 상해 등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법무부는 흉기 난동 등 흉악범에 대해선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법무부가 곧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에 따르면 전날까지 온라인상에 살인 예고 글을 올린 남성 6명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 중 10대가 2명이다. 전날 각각 신림역과 놀이동산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한 A(29)씨와 B(19)씨가 구속됐다. 지난 7일엔 서울 혜화역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한 왕모(31)씨, 인천 부평 로데오 거리에서 여성 10명을 살해하겠다고 한 C(40)씨가 구속됐다. 또 지난 6일엔 경찰관을 찔러 죽이겠다는 글을 올리고 강남 고속터미널에서 흉기를 들고 다닌 허모(19)씨, 지난달 27일엔 신림역에서 흉기 난동을 예고한 이모(26)씨가 구속됐다.
대검 관계자는 “온라인상 살인 예고 글 게시는 국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경찰력과 치안 행정력을 적시에 필요한 곳에 쓸 수 없게 만드는 범죄”라고 했다.
경찰은 검거된 살인 예고 글 작성자의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구속 인원은 더 늘 예정”이라며 “입건되는 사례들은 모두 훈방 조치가 아닌 형사처벌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촉법소년의 경우 형사처벌은 되지 않지만 소년법에 따라 전건 소년부 송치는 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가정법원과 지방법원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자 감호위탁인 1호부터 장기 소년원 송치인 10호까지 소년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흉기 난동 범죄 현장에서 경찰이 총기나 테이저건 등 진압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관이 직무 수행 관련 민형사상 소송을 당했을 때 법률 자문과 함께 변호사 선임비, 손해배상금 등을 지원하는 책임보험 보장 한도를 증액할 방침이다. 경찰관이 신체적 피해를 입은 경우 위로금 지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범죄 발생 시 재난문자 등을 활용해 신속히 안내하는 방안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이 당당하게 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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