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에 러선 대표단 안 보내
“정상회담 앞둬 보낼 필요 없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에 돌입한 11일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선 평소와 달리 경비가 대폭 강화된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보스토크역 안 승강장 곳곳에 전날과 달리 다수의 경찰 인력이 배치돼 있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매체는 군견과 함께 있는 군인들도 보였고, 멀리 떨어진 승강장 한쪽에서는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경찰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고 전했다.
러시아 매체들도 전과 다르게 이날 오후 들어 김 위원장 맞이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를 잇달아 타전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기관 한 소식통이 “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 지역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과 러시아 접경인 연해주에는 하산역이 있다. 2019년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이 역을 경유했다. 북한 시찰단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전날 하산역을 방문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하산역에 환영의 의미를 담아 레드 카펫이 깔리는 등 외빈 맞이 준비가 진행 중이라는 기사 또한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리고 있는 동방경제포럼(EEF) 참가자들의 주요 대화 주제는 온통 김 위원장 방문에 관한 것이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일본 언론들도 김 위원장의 방러 소식을 일제히 전하며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NHK 방송은 “(김 위원장이 탄) 열차가 10일 밤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안전을 고려해 밤에 움직이는 편이 좋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민영방송 닛테레는 러시아 측 국경 도시인 하산시 관계자를 인용해 “국경 근처의 역에 경찰 등 치안기관 직원이 모이기 시작했고, 주요 인사를 환영하기 위한 준비도 시작됐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의 정권 수립일인 이른바 ‘9·9절’에 맞춰 북한을 방문했던 ‘알렉산드로브’라는 명칭의 러시아 군대 아카데미 협주단은 지난 10일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협주단의 북한 출국 소식을 전하며 “국방성 부상 김민섭, 문화성 부상 박경철 등이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전송했다”고 보도했다. 9·9절을 맞아 중국이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보낸 것과 달리 러시아는 정부 고위급 인사가 북한을 찾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러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굳이 러시아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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