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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대 성장 변수는 내수 침체… “정부, 핀셋 전략 짜야” [2024 신년기획-국내 경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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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2 06:00:00 수정 : 2024-01-02 15: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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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요 증가에 수출 반등 기대 속
고금리·인플레 여파… 내수 부진 여전

취업자 증가폭 줄어 고용도 다시 위축
부동산 PF 리스크, 최대 불안 요인 꼽혀

나라살림 92조 적자… 쓸 카드 마땅찮아
“소비 진작·수출 다변화 실효 대책 필요”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겠지만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어렵다.”

대내외 기관이 내다본 올해 경제 전망은 이렇게 요약된다. 지난해 내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수출이 글로벌 교역 증가 및 반도체 업황 회복 등에 따라 2%대 초중반으로 예상되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이끌겠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민간소비 등 내수 침체가 경기 회복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불안, 기후변화 등 각종 대외 여건 악화로 물가 인하 속도가 지체되거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산 등도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국세수입이 전년 본 예산보다 감소하는 등 정부 예산을 활용한 대규모 부양 정책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고물가·고환율에 통화정책도 쉽게 완화할 수 없어 정부의 ‘핀셋’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일 경제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대체로 2%대 초중반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내다봐 종전보다 0.1%포인트 낮췄다. 같은 달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로 전망했고, 산업연구원은 2.0%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외기관 전망도 비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11월에도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유지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3%로 예측하며 이전 전망 대비 0.2%포인트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지난해 한국 성장률이 1.4~1.5%(전망치)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내외 기관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반등 흐름을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전망은 지난해 역성장했던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할 것이란 예측에 근거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13대 주력산업 전망’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 자동차 등 13대 주력산업의 수출은 지난해 대비 5.2%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수요 회복과 기저효과 영향으로 반도체(15.9%), 정보통신기기(12.7%) 등이 수출 증가세를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다. 석유화학(-0.5%), 이차전지(-2.6%)를 제외한 주요 산업의 수출이 확대돼 수출액이 5047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OECD는 “반도체 수요 회복 등에 힘입어 저점을 통과하면서 회복 조짐이 확대돼 향후 수출 개선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도 2%대 중반 정도로 예상돼 지난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경기 위험요인도 만만찮다. 우선 오랜 기간 지속된 고금리의 부작용이 점진적으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하향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는 ‘끈적한’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준금리가 올해 상반기 이후에나 인하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실질 구매력 하락으로 민간소비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1분기 0.6%, 2분기 ?0.1%, 3분기 0.3%를 기록하는 등 회복세가 이어지지 못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가 100.2%(지난해 3분기)에 달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느끼는 가계가 많은 점도 소비 제약 요인이다. 내수의 또 다른 축인 투자 부문에서도 올해 건설 투자가 지난해 대비 2.4% 감소하며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등 전망이 밝지 않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 부진이 심상찮다. 작년 이후로 주가가 많이 떨어졌고, 주식시장에서만 날아간 자산만 400조원, 주택가격이 300조원 이상 빠지면서 우리 국민 재산이 700조~800조원 줄었다”면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때문에 실질 소득이 줄고, 이자가 늘어나면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이 올해에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과일들. 뉴시스

지난해 ‘깜짝 성장’했던 고용시장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KDI에 따르면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32만명에서 올해 21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취업자 증감에는 인구 감소가 반영되기 때문에 지난해 높았던 고용률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지만 특정 연령대, 산업을 중심으로 온기가 제대로 돌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가 고용으로 이어지는 데 수개월 정도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제조업 고용 회복 수준이 경기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부동산 PF 리스크도 불안 요인이다. 올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예상된 가운데 증권(지난해 6월 말 기준 17.28%), 저축은행(〃 4.61%) 등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금융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공능력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하는 등 부동산 PF 유동성 위기 확산 여부가 올해 상반기 경기를 가늠할 최대 불안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의 모습. 뉴스1

문제는 이 같은 위험 요인에도 정부 대응 수단은 제약돼 있다는 점이다. 올해 국세수입은 367조3000억원으로 2022년 중기계획에서 전망됐던 418조8000억원 대비 51조5000억원 줄어든다. 이에 따라 총지출도 2005년 이후 최저 증가율인 2.8%로 묶었지만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91조6000억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로 재정을 푸는 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또 미국의 통화정책을 신경 쓸 수밖에 없어 기준금리 인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동차, 전자제품 등 계절성이 있는 내구재 소비를 늘리기 위해 연말, 연초, 새학기 전 집중적으로 소비 진작을 위한 행사를 실시하는 등 디테일한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중국 경기가 좋아지길 기대하기보다는 유능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새로운 신흥국가에 진출할 수 있게끔 무역보험을 지원해 주는 등 장기적인 수출 다변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이병훈·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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