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내란·직권남용 불가분’ 판단
“헌법에 내란 ‘관련 사건’ 기소는 없어
시한부 중지로 유보… 탄핵 후 기소”
내란죄만 기소하더라도 법정 시비
수사권 논란 재현… “警 수사했어야”
“軍 동원 등 허술… 기소 불가” 전망도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에 대한 기소 시점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경으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받기로 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받고 있는 또 다른 혐의인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이기 때문에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권도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직권남용죄는 대통령의 형사소추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내란죄와 직권남용을 함께 묶어서 기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과 함께, 탄핵 후 기소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과 검찰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사건을 이첩받은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형법상 내란 혐의로 수사 중이다. 앞서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는데, 공수처와 검찰은 제각각 수사권이 있다는 자체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개시했다.
공수처법은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그 고위공직자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직권남용죄는 고위공직자 범죄이고 이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내란 혐의도 수사할 수 있다는 게 공수처 입장이다. 검찰도 검찰청법과 대검 예규상 같은 이유로 수사권이 있다고 보고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 대한 중복 소환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검찰청은 전날 윤 대통령,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일 때 기소된다면,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차장검사는 “헌법에 내란 혐의의 ‘관련 사건’을 기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 신분의 윤 대통령을 기소하려면) 일단 내란 혐의로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 건 헌법상 특권이니까 시한부 기소 중지를 해놓는 등의 방법으로 직권남용 혐의를 유보해두고 추후 추가 기소나 공소장 변경으로 혐의를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법정에서 또다시 수사권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직권남용 혐의의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를 수사해놓고 정작 기소할 땐 내란 혐의만 적용하면, 수사 권한이 없는 기관이 수사를 했다는 위법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대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향후 법정에서 이 부분을 치열하게 다툴 것”이라며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는 경찰이 수사를 했어야 한다”고 했다. 한 고위 간부급 검사도 “(법정에서) 증거 능력, 긴급 체포의 적법성 등 하나하나 다 다툴 텐데 (윤 대통령 측) 변호사들이 공격할 빌미가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 모두 성립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설치된 국기기관인 국회를 강압해 권능행사가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지가 쟁점인데, 병력의 규모, 철수 시간 등 여러 정황상 허술하다”며 “(내란 혐의로) 기소됐을 때 이런 부분에 대해 상당히 다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내란죄가 성립하면 대통령의 권한 범위 밖의 일을 명령했다는 것인데, 그러면 직권을 남용한 게 아니게 돼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심우정 검찰총장은 전날 전국 검사장들에게 A4용지 3쪽 분량의 서신을 보내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한 결정에 대해 “국가적 중대사건에서 법률과 절차에 따라 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한 것을 두고 수사팀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감지되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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