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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8명이 목숨 잃었는데 침묵하다니…"

입력 : 2006-07-26 16:46:00 수정 : 2006-07-26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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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고시원 화재 사건 피해자 가족들, 국가·구청에 분노
''한 정치인 목에 면도날 그은 사건에는 떠들석하더니"분통
“아는 변호사 없으세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 고시원 건물 화재로 목숨을 잃은 8명과 중상을 입은 9명 등 피해자 가족 14명이 25일 오후 7시 송파구청 로비에서 첫 대책 모임을 가진 뒤 주변 사람에게 계속해 같은 질문을 물었다.
이번 모임은 지금까지 경찰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앞으로 활동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접점은 쉽게 모아지지 않았다. 아무도 어느 시점에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들은 이러한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변호사를 각자 알아본 뒤 29일 다시 모이기로 정한 뒤 헤어졌다.
가족들은 모두 이번 방화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았던 아들과 딸, 동생, 부인 등 사랑하는 이들을 허망하게 잃었다.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지하 1층 노래방 주인, 건물 철제 방화문을 뜯어낸 혐의로 26일 불구속 입건된 고시원 주인과 건물주, 소방법·건축법 등 관련 법률 미비를 이유로 고시원 등 소위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규제 마련과 점검을 소홀히 한 국가와 합동분향소 설치 마저 어렵다고 고개를 저은 구청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는 이들이다.
가족들은 “세금은 꼬박꼬박 받아가면서도 지역민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돌보지 않은 구청과 국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번 화재로 딸을 잃은 한 어머니는 “한 정치인 목에 면도날을 그은 사건에 대해서는 온 나라가 떠들썩하더니 8명이 애꿎은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해서는 모두 침묵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유가족은 “송파구청이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끝난 27일 이후부터 지역 기업과 독지가를 상대로 모금활동을 벌여 장례비 등 위로금을 주겠다고 하더라”면서 “피해 보상도 중요하지만 관할 구청과 국가가 염두해야 할 것은 내 동생처럼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사람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여러 사람이 죽고 나서야 뒤늦게 실태 파악과 함께 종합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부산을 떠는 정부에 대한 원망을 아낌없이 퍼부었다. 또 사건 이후 소방서와 경찰서, 구청 등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사건 원인과 수사 과정 및 결과, 국가의 책임 범위 등에 관한 정보를 알리지 않고 또 책임을 서로에게 떠밀었는지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당국의 이같은 무책임의 결과로 인해 벌어진 사건에 대해 어떻게 보상받고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몰라 답답해했다.
“누구 말대로 내게 변호사 친구만 있었더라면….”
동생을 떠나보낸 한 유가족의 말이다.
잠실고시원화재 가족 모임 인터넷 카페 ''cafe.daum.net/jamsilgositelfire’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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