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도 살처분 한정 엄두못내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가 최초로 발생한 전북 고창과 부안지역의 축산농가들은 지난 10일간 닭과 오리의 출하 지연과 향후 6개월간 입식 제한 때문에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하지만 살처분한 닭과 오리만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축산농가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28일 전북과 전남도에 따르면 17일 고창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27일까지 10일간 감염농장에서 반경 3㎞ 이내의 농장의 오리를 살처분했다. 또 경계지역인 3∼10㎞의 축산농가의 닭과 오리는 AI 감염을 우려해 출하를 제한했다.
축산농가들은 출하 적기인 이 기간에 닭과 오리를 출하하지 못한 채 10일간 더 사육하느라 수천만원씩의 사료비를 부담했다. 닭과 오리의 상품 가치도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했다. 전북 고창 A씨는 삼계용 닭 14만마리를 AI가 발생한 날인 17일 출하할 계획이었지만 이동제한에 묶여 판매를 하지 못했다. 이후 추가 사육으로 사료비 2800만원이 들어갔지만 정부가 AI 발생 반경 3㎞ 이내 닭까지 살처분 대상으로 포함하자 27일 결국 14만마리를 모두 매몰했다.
A씨는 양성판정이 나올 경우 살처분 보상규정에 따라 시중가의 80%만 보상을 받는다. 살처분되기까지 추가로 들어간 사료비와 인건비, 부대 비용은 한 푼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A씨는 “방역당국이 출하지연 조치를 했으면 그에 따른 농가 손실분을 보상해 주는 게 마땅하다”고 하소연했다.
AI에 감염된 전남 해남에서 오리를 분양받은 고창의 축산농가 B씨는 앞으로 당분간 한마리도 출하를 하지 못하게 돼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 B씨는 AI가 진정될 때까지는 수개월간 출하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사료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AI 반경 10㎞ 범위에 든 축산농가들은 최소 6개월간 병아리와 오리새끼를 입식할 수 없다. 사육 기간이 육계용 닭은 33일, 오리는 44일인 점을 고려하면 3∼4회 출하를 못하게 되는 셈이다. 육계용 닭 5만마리 사육을 기준으로 한번씩 출하 때마다 2000만원 정도 내는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전남 나주시 C농가는 최근 2만마리의 오리를 출하한 후 오리새끼 입식을 못하고 있다. C씨는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수억원을 들어 현대식 축사를 짓고 오리 사육을 했는데 수개월간 입식을 못하게 됐다”며 “오리를 사육할 수 없어 대출금과 이자 갚을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고창=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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