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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산책] 인체튜닝시대에 선 자아

입력 : 2015-09-29 19:59:02 수정 : 2015-09-29 19: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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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떤 몸을 입을까?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고르듯 마음대로 몸을 고를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어떨까? 30일 오후 3시와 6시30분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미디어홀에 가면 재미 아티스트 이경화 작가의 ‘멜리어블 바디(Malleable Bodies)’ 설치 퍼포먼스 아트를 볼 수 있다. 인체를 주제로 현대예술이 건축과 패션, 철학의 가교가 되어 인간 본연에 대한 성찰을 제기하는 설치 퍼포먼스 아트 작품이다.

‘멜리어블 바디’는 홀에 설치된 거대한 블랙박스를 통해 원하는 이상적인 몸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바디 메이킹 체험 참여 작품이다. 관객들은 3D 프린팅되는 자신만의 ‘코르셋’을 입고 박나훈 무용단과 함께 작가의 작업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6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퍼포먼스는 관객에게 현실과 가상이 하나 된 ‘새로운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실과 가상세계가 혼재된 공간, 보이지 않는 실재(reality, ideal)의 개념이 물리적 현실이 되는 기묘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그 안에서 관객들은 스스로가 예술의 일부이자 작품을 만들어가는 주체로 변모되어간다.

작가는 가상현실에서 이상적인 몸을 갖게 된 관객에게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수없이 반복되는 이 질문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기획된 인체를 소유하게 된 관객에게 근본적인 존재론적 성찰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예술과 철학이 만나는 순간을 눈앞에 드러내려는 작가의 실험적 시도는 2013년 “쿤스트할레 지제크 바디유 철학 이벤트’의 오프닝을 장식한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 퍼포먼스는 예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하버드디자인대학원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한 이경화 작가는 건축과 패션, 철학적 측면에서 현대예술의 실험성을 펼쳐나가는 설치 퍼포먼스 아티스트다.

머지않아 어떤 몸을 입을까 고민하는 기막힌 세상이 다가올 것이다. 과거의 여성들이 코르셋을 입어 날씬한 몸을 만들었듯, 주어진 몸을 가상현실 속에서 우리의 상상에 맞게 조형화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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