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존사이’… 전국 국립공원 케이블카 광풍 전국이 케이블카 논란으로 들썩이고 있다. 18년 만에 국립공원 설악산 내 오색케이블카 사업 승인이 떨어진 여파다. 지자체들은 너도나도 캐비닛 속에 들어 있던 해묵은 서류들을 꺼내들고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은 현 세대의 자원이 아니라 후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자산’이라면서 쌍지팡이를 들고 나섰다. 설악산을 필두로 전국에 불어닥친 케이블카 개발 광풍의 실태를 짚어본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조감도. |
환경부는 지난 8월28일 제113차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설악산 삭도(케이블카) 사업안을 7시간의 논의 끝에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과거 “멸종위기종 산양의 주요 서식이지며 종점 경관이 나빠 대청봉으로 탐방객이 몰려 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부결됐었다. 하지만 2014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이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적극 추진’을 지시하면서 케이블카 설치는 순풍을 만났다. 이번 승인은 1997년 덕유산 국립공원 무주리조트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참석 위원들은 조건부 가결 12표, 유보 4표, 기권 1표를 던졌다. 당시 회의 사정에 밝은 정부 고위 관계자는 “7시간 동안 평행선을 달리던 회의는 결국 관례에 따라 다수의견(조건부 찬성)으로 중지가 모였다”고 전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안을 통과시키면서 기존 탐방로 회피대책 강화, 멸종위기종 보호대책수립 등을 비롯한 7개 조건을 달았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 오색약수터에서 끝청봉 부근 해발 1480m 사이의 3.492㎞ 구간에 설치된다.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과는 직선 거리로 약 1.4㎞ 거리다. 환경단체들이 환경파괴를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총사업비 460억원 규모로 내년에 착공해 2018년 2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케이블카 구조물의 설계, 환경영향평가, 공원사업 시행허가 뿐이다.
사천 바다케이블카 조감도. |
이번 케이블카 논란의 근본적인 문제는 케이블카 설치로 절대보호지역인 국립공원 개발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은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으로 정부가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도모해야’하는 곳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가 허가된 후 “자본과 토목정부가 최후의 보루인 국립공원마저 무너뜨린 사건”이라며 “국립공원은 보호가치가 높은 지역을 자연 상태 그대로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선언한 곳”이라고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지리산 전경. |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 이후 지자체들은 그동안 보류됐던 케이블카 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환경부는 어정쩡한 입장만 취하고 있다.
지리산을 둘러싸고는 경남 함안군·산청군,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등이 서로 다른 케이블카 노선을 주장한다. 경남도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당초 예정됐던 산청군 중산리∼제석봉 구간 5.3㎞, 함양군 백무동∼망바위 구간 3.4㎞에서 2㎞ 더 늘어난 산청 중산리∼심신봉∼함양군 백무동(10.6㎞) 구간으로 변경해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더해 산악호텔과 레저시설까지 추진할 태세다. 윤주옥 지리산생명연대 사무처장은 14일 통화에서 “지리산은 4개 지자체가 나서 서로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라 지금 막지 못하면 자칫 여러 대의 케이블카가 우후죽순으로 생길 수 있다”며 “뛰어난 경관뿐 아니라 반달가슴곰 등 보호해야 할 동식물이 특히 많은 국립공원을 개발한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으로 번지는 케이블카 설치 논란에 대해 환경부는 “국립공원은 법에 따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케이블카 승인을 심의하지만 다른 도립·군립공원 등은 지자체가 결정하도록 돼 있다”며 “신청이 들어오면 검토 후 결정을 내린다는 원론적인 답변밖에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속초=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