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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가장의 웃음 무엇으로 되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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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1-04 21:23:03 수정 : 2016-01-04 21: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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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지만
역병처럼 번지는 우울
그 원인은
말라 버린
지도자들의 ‘창조의 샘’
때문이다
새해는 어김없이 또 밝았다. 제야(除夜)의 보신각 종소리는 또 울리고, 더 좋은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종소리에 담는다. 희망이 넘쳐야 할 새해. 하지만 돌아서면 입가의 웃음은 사라진다. 소망도 공명처럼 흩어진다.

우울은 역병처럼 번진다. 왜 그럴까. 모두가 먹고살 일을 걱정하니 입가에 함빡 웃음을 머금기 어렵다.

강호원 논설위원
요란했던 일자리 창출 구호, 공허한 외침으로 변했다. 새해 벽두를 장식한 것은 명퇴 바람이다. 세계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조선, 석유화학, 철강 업종뿐만이 아니다. 경기를 덜 타는 은행도 감원에 나섰다. 20대 청년까지 대상으로 삼으니 기업 사정은 오죽이나 딱할까. 매몰찬 명퇴 바람이 불기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에 이어 세 번째다.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원보다 더 잘 말해주는 지표가 있을까. 그 바람은 잦아들 것 같지 않다. 나라 안팎을 아무리 둘러봐도 악재투성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금융위기 조짐은 산유국으로, 신흥국으로 번지고, 19년 전 외환위기 악몽마저 꿈틀대지 않는가.

우울의 원인은 이뿐일까. 그렇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더 우울하게 하는 것이 있다. 위기 앞에 무장해제한 우리 사회. 무엇을 위해서인지 사방팔방이 싸움판이다. 포용은 사라지고, 증오를 부채질하며 이기(利己)에 매몰된 끝없는 정쟁을 벌인다. 역사의 발전은 생각이나 하고 있을까. 이기적인 셈법만 보인다. 많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배가 풍랑을 뚫고 항진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없으니 내일에 기대를 걸기 힘들다. 절망하지 않을까. 우울하지 않겠는가.

우울을 전파하는 바이러스는 바로 이 나라의 못난 지도자들이다.

문명의 운명을 도전과 응전의 원리로 꿰뚫어 본 아널드 토인비.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은 영구히 수레에 동여매인 익시온도 아니며, 영구히 산꼭대기에 바위를 굴려 올리고 바위가 다시 떨어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하는 시시포스도 아니다.”

익시온과 시시포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익시온은 제우스의 아내 헤라를 범하려다 노여움을 사 지옥 밑바닥에 떨어져 수레바퀴에 묶여 영원히 도는 형벌을 받은 자다. 시시포스는 제우스가 보낸 죽음의 신을 기만한 죄로 산꼭대기에서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영원히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은 코린트의 왕이다. 무슨 말인가. 정해진 운명도, 이겨내지 못할 운명도 없다는 뜻이다.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토인비는 이런 말도 했다.

“창조력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게 한다면 신도 목표에 도달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쓰러뜨릴 수는 없다.” “성장은 창조적 개인과 창조적 소수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문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도전에 맞서는 응전의 방법론이다. 창조적이어야 하며, 지도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 이치는 문명에만 적용되는 것일까. 아니다. 나라도 똑같다. 창조의 샘이 말라 버린 국가는 쇠망하지 않겠는가. 기업이라고 다를까. 창조력을 잃은 기업은 영속하기 힘들다. 창조란 무엇인가. 사회 흐름을 놓고 보면 모두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정신이요, 제도를 놓고 보면 개혁이며, 기술을 놓고 보면 개발과 발명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삼성의 반도체 신화, 한미약품의 생명공학 대박. 창조의 결과다. 나라 전체로 눈을 돌리면 어떨까. 상황은 판이해진다. 서로를 질시의 눈으로 바라보며, 잘못되기만을 바란다. 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국회. 무슨 생각으로 그럴까. 정도가 하도 심하니 이런 의구심마저 든다. “나라 사정을 더 나쁘게 만들어 이기자는 것인가.” 통합의 정신이 살아날 리 없고, 제도 개혁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정치를 타박하는 정부, 제대로 처신하고 있을까. 노동개혁을 부르짖으며 1년을 끌다 지난해 말 내놓은 해고지침. 대체 왜 만든 건가. 미주알고주알 까다롭게 절차를 만드는 것이 나라경제를 살리겠다는 노동개혁인가. 말라 버린 창조력과 엷어진 사명감을 엿보게 된다.

어깨 처진 가장들은 무엇에 기대어 웃음을 되찾아야 하나.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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