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르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전남·경상·제주 등 남부지방의 일부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국민안전처도 최근 폭염대응 체제에 돌입하는 등 더위와의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했다.
문제는 이같은 폭염이 찾아올 때 몸 관리를 소홀하면 각종 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겨울 한파가 저체온증이나 동상 등 한냉질환은 물론 순환계질환의 원흉이 되는 것처럼, 폭염도 우리 몸에 다양한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폭염, 우리 몸의 다양한 질환 일으켜
9일 국가건강정보포털 등에 따르면 폭염에 우리 신체가 노출되면 우선 피부화상이나 열사병·열경련·열피로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
열사병은 고온 다습한 환경에 노출되면서 체온조절에 실패해 발생하는 체온조절장해다. 땀이 나지 않고 마른 상태에서 열이 올라 체온이 41도 이상 올라가기도 한다. 현기증이나 △구토 △두통 △발한정지에 의한 피부건조 △허탈 △혼수상태 등이 일어나며 심한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응급조치로 생리식염수를 공급해 체온을 39도까지 떨어뜨려야 한다.
열탈진은 열사병과 반대로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염분과 수분손실이 많아 발생한다. 심한 갈증을 비롯 피로감·현기증·식욕감퇴·두통·구역·구토 등이 일어난다. 서늘한 곳에서 열을 식히고 염분과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열경련은 폭염 속에서 지나치게 심한 육체활동을 함으로서 수의근(맘대로근)에 통증이 있는 경련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활동시 가장 많이 쓰는 다리·복부근육 등 피로한 근육에 주로 일어난다. 치료법으로는 휴식이 가장 좋고 생리식염수를 정맥주사하거나 먹는다.
◆서늘한 곳에서 열 식히고, 염분·수분 보충해야
열실신은 폭염 속에서 혈관이 일시적으로 확장하면서 의식을 잃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하게 증상이다. 이때 수축기 혈압은 100 mmHg 이하를 보인다. 시원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고 수액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폭염은 이같은 열병 외에 기존 질환을 악화시켜 더 위험하다.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대부분이 심혈관계질환·뇌혈관계질환·호흡기질환과 같은 기존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폭염 속에서는 △교감신경 활성화 △심박동수 증가 △뇌혈류량 감소 등이 일어난다. 특히 뇌졸중은 기온이 올라갈수록 많이 발생하고, 노인이나 독거인은 주의가 더 필요하다. 심장기능장애가 있는 사람이 장시간 노출될 경우 심장과 기타 장기에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건강정보포털은 지난 2003년 유럽 폭염으로 인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환자가 평소보다 30% 높았다고 소개했다.
오는 2050년에는 고령 인구 증가 등으로 폭염으로 말미암은 사망자가 한 해 최고 134명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이종설 실장은 최근 부산대 환경연구원과 인제대 대기환경정보연구원 주최로 부산상수도사업본부에서 열린 '폭염 대응 포럼'에서 주제발표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2050년 폭염 사망자 수 5배 ↑
이 실장의 연구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2000년보다 고령 인구는 4배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간 온실가스 저감정책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면 폭염 연속일은 4일에서 7일로 늘어나고, 폭염으로 말미암은 사망자 수는 20명에서 117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고 현재 추세대로 배출할 경우 2050년 폭염 연속일은 10일로 늘어나고, 폭염 사망자 수는 134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폭염으로 말미암은 사망자 수와 온열 질환자 발생 수가 국내·외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 취약층은 40대 이상의 남자와 야외 노동자라고 이 실장은 말했다.
지역적으로는 한반도 동남권이 폭염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1997∼2012년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폭염 사망자 수는 경북이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1.5명) △경남(1.4명) △전북(1.1명) △충북(1명) △제주·강원(0.8명) △충남(0.5명) △경기(0.3명) 순으로 확인됐다.
◆7월말~8월초, 40대 이상 남자와 야외 노동자가 가장 위험
폭염 피해자는 도시보다 농촌에서 10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 기간 대도시 폭염 사망자는 10만명당 △대구 0.7명 △울산 0.6명 △부산·대전·광주 0.4명 △서울·인천 0.3명으로 집계됐다.
△의령군 15.6명 △산청군 12.5명 △합천군 11.5명 △장흥군 11.2명 △성주군 10.9명으로, 농촌으로 가면 그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도시에서는 농촌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래 위험을 탐색하고 재난 대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 실장은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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