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협력사와 ‘창발의 기적’ 일궈야 전문가 사이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생태계란 용어가 요즘은 일반인 사이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생물은 자신이 태어난 장소에서 함께 사는 다른 생물과 장소를 공유하고, 그것을 지키며 조화로운 삶을 이어간다. 그중 어떤 장소에서 다양한 생물과 그들의 서식기반이 조화로운 관계를 통해 조합된 실체를 생태계라고 한다. 이러한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은 서로 도우며 살아가므로 어느 한 구성원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경우는 없다.
소는 풀밭에서 풀을 뜯어먹으며 식물로부터 먹이를 얻어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소는 그 과정에서 배설을 통해 풀밭에 양분을 공급해 식물로부터 받은 혜택을 돌려준다. 이뿐만 아니라 소가 뜯어먹은 크기로 풀을 낫으로 자른 다음 그것이 다시 자라는 속도를 비교해보니 소가 뜯어먹은 풀이 더 잘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뜯어먹는 과정에서도 식물의 생장을 도울 수 있는 물질이 전달된 결과다. 이에 더해 종자를 다른 곳으로 날라 삶의 영역을 확장시켜 주거나 종자를 먹고 배설해 발아율을 높이는 도움도 주고 있다.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생명환경공학 |
소나무는 침수되는 곳을 제외하면 평지나 산지의 낮고 경사가 완만한 사면에서도 잘 자란다. 그러나 참나무를 비롯한 활엽수와 함께 자라면 경쟁에 밀려 죽거나 쫓겨난다. 그리하여 산지의 정상이나 능선부의 척박한 장소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나무는 잎에 왁스층을 두껍게 발라 수분소실을 줄이고, 뿌리를 멀리 뻗어 최대한 물과 양분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송이버섯에 광합성 산물을 나눠주며 물과 양분 흡수의 도움을 얻고 열악한 환경에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각종 정보도 얻고 있다. 종속영양생물로서 광합성이 불가능한 송이버섯은 이렇게 소나무를 도와 필요한 식량을 얻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생물 사이의 관계만이 아니라 생육기반과도 마찬가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식물은 토양으로부터 물과 양분을 얻어 살아가고 있지만, 낙엽과 낙지(나무의 가지가 말라죽어 떨어지는 것)는 죽어서는 온몸을 토양에 던지며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 다양한 생태계 식구를 먹여 살리고 있다.
막바지에 다다른 이번 겨울을 돌이켜보면 추운 날과 미세먼지가 많은 날의 반복이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우리 스스로가 발생시키는 것이 절반 가량이고 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것이 절반쯤 된다. 발생량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미세먼지는 산업체와 운송수단으로부터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대책은 발생원을 줄이기 위한 기술적 접근이 요구되지만 흡수원을 늘리는 방법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식물은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다른 대기오염물질도 함께 흡수한다. 이러한 흡수 외에도 식물은 많은 양의 미세먼지를 흡착해 그 피해를 줄여줄 수 있다.
현대는 어떤 글로벌 기업도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지 않는다. 소위 하청업체가 있게 마련이다. 자연의 생태계처럼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사이의 관계가 조화로워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때 그들 사이의 관계는 창발(서로의 힘을 더한 것 이상의 성과)이 가능한 생태계로 기능해 성공을 이뤄내는 것이다. 이처럼 생태계 구성원은 서로 돕고 상생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가면서 생태계를 이뤄내고 있다. 여러 가지 갈등이 혼재하는 우리 삶에 생태계가 주는 지혜를 녹여 서로 돕는 사회로의 환원을 기대해 본다.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생명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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