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지난 4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중국이 폐자원 수입을 중단하면서 자원재활용 업체들이 비닐, 스티로폼은 수거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여파는 플라스틱까지 미쳤다. 아파트단지마다 큰 혼란을 겪었다. 재활용을 분리해 내놓을 수도 없고, 과태료를 무니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릴 수도 없는 상황에 처했다. 환경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수거하고, 재활용 관리지침을 배포하는 등 긴급조치를 취하면서 소동은 점점 가라앉았다.
이진경 경제부 차장 |
기자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올바른 분류를 위해 아파트 게시판에 게시된 분리배출 안내문도 스마트폰에 찍어 저장해 뒀다.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하는지, 분리수거 대상인지, 분리수거를 하려면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하고 버린다. 비닐, 스티로폼은 깨끗한 것만 분리해 버리고, 더러운 것은 종량제 봉투 행이다. 배달음식을 시켜먹은 후 비닐은 떼어내고, 플라스틱 용기는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하듯 깨끗이 닦아낸 뒤 버린다. 우유팩도 헹군 뒤 납작하게 접어 내놓고 있다.
아직 부족한 점투성이긴 하다. 정석대로라면 페트병에서 라벨을 제거하고 뚜껑을 분리해 버려야 한다지만 그냥 버리는 일이 많다. 해보면 알겠지만 라벨은 정말 쉽게 안 떼어진다. 잘 모르는 것도 많다. 컵라면 용기는 누구는 깨끗이 씻으면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헹궈도 재활용이 안 된다고 해 그냥 일반 쓰레기로 분류하고 있다. 영수증은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조금씩 변하는 것은 기자뿐이 아닌 것 같다. 살고 있는 아파트 쓰레기장의 분리수거 품목은 세분화됐다. 이전에는 ‘종이’만 있었는데 최근 종이, 책, 신문, 우유팩을 구분하도록 했다. 사회에서는 플라스틱 등 1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투를 쓰고, 종이컵은 인쇄를 최소화하려 한다. 커피전문점에서는 플라스틱 컵 대신 머그컵이나 텀블러 사용을 권하고, 플라스틱 빨대는 점차 없애겠다는 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다.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 일,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일 등은 귀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환경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사명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소극적으로나마 기여하고자 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다. ‘나’부터 변하면 세상의 모든 ‘나’가 모여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싱크대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닦고 있는 걸 보고 시어머니가 한마디 하신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 하는 일인데.” 귀찮음을 하나씩 더 감당해 보려 한다.
이진경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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