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찰과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낮 12시14분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한 밭에서 A(93·여)씨가 쓰러졌다.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당시 폭염경보가 발효돼 기온이 33도였다. 지난 27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에서도 밭일을 하던 B(75)씨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7일까지 2042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27명이 사망했다. 2011년부터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수다. 연령별로 0∼18세는 강가, 해변, 수영장 등(65%)에서 온열질환자가 많이 발생했고 19∼39세와 40∼64세는 각각 38%, 43%가 야외작업장에서 온열질환에 걸렸다. 65세 이상은 길가(32%)에서 쓰러진 경우가 가장 많았다.
열대야 식히려 해변으로… 29일 새벽 더위를 식히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이 백사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부산=뉴시스 |
부산 낙동강 하류에는 녹조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물금 취수장과 매리 취수장 주변을 현장 조사한 결과 남조류 개체 수가 7400개(cell)/㎖로 측정됐다. 조류경보제 기준 ‘관심’ 단계의 남조류가 나온 것이다. 평년 기준(남조류 5000cell/㎖)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하면 다음주 중 낙동강 하류의 녹조는 경계 단계로 나빠질 수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낙동강 좌측과 중앙부에 녹조가 많이 관찰되고 매리 정수장 녹조가 안 좋은 상황”이라며 “경계 단계에서는 취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비 중”이라고 말했다.
농촌에서 열리는 농산물 축제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방문객 수가 뚝 떨어지고 매출이 급감하면서 흥행에 실패한 행사가 많다.
경남 하동군은 지난주 개최하려던 제4회 섬진강문화 재첩축제를 무기한 연기했다. 하동군 관계자는 “폭염으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충북 옥천군의 경우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향수 옥천 포도·복숭아 축제’ 방문객이 7만800명으로 전년(8만860명)보다 1만명 줄었다. 농산물 판매액도 5억1000만원에 불과해 축제준비에 들어간 예산(4억5000만원)을 가까스로 넘는 데 그쳤다.
축제기간 최고 기온이 36.3도를 찍으면서 체험부스 온도는 50도까지 치솟았다. 축제장은 ‘찜통’ 그 자체였고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은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경남 함안에서 지난 21일부터 열리고 있는 강주 해바라기 축제 역시 방문객이 예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주최 측은 8만㎡ 규모의 널찍한 해바라기밭 주변에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원두막과 텐트를 설치하고, 선풍기와 양산 등을 갖춰놨지만 전시용이 되는 날이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경남 삼천포 자연산 전어축제도 지난 25일 개막 이후 폭염으로 한산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올해 축제를 포기하다시피 했다. 지난주 열린 충북 단양 마늘축제도 썰렁하게 끝났다. 단양군은 올해 축제에 1만5000명이 찾았고, 마늘 판매액은 2억원이라고 집계했다. 지난해보다 방문객은 33.3%, 매출은 30% 감소한 수치다. 강원도 홍천에서 27일 시작된 찰옥수수 축제장에는 냉방장치인 ‘쿨링포그’가 동원됐다.
이정우 기자, 옥천·부산=김을지·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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