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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주거권은 생존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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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13 23:42:15 수정 : 2018-11-13 23: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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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풀어 집값 잡겠다고? / 근본대책 아닌 근시안적 해결안 /‘고시원 사고’는 우리 사회의 민낯 /‘서민 주거권’ 더는 방치해선 안돼 정부는 집값이 오르면 가격 안정화 대책의 하나로 손쉽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카드를 꺼낸다. 이번에도 정부는 폭등세를 보인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대규모 주택 공급의 필요성을 밝히며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용지로 조성하자는 안을 내놨다. 서울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마땅한 땅이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린벨트 해제는 정책 입안자로서 포기가 쉽지 않은 방안이다. 하지만 그린벨트는 아파트를 지으라고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다. 녹지 보전이라는 본래 기능에 더해 도시의 무분별한 팽창을 막기 위해 지정했다. 녹지는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미래 세대가 사용할 수 있도록 보전할 가치가 있는 공간이다. 일부에서는 그린벨트 내에 무허가 시설이 들어서고 논밭으로 사용하면서 지정 당시의 본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개발해도 괜찮다고 주장한다. 가당치 않은 소리다. 그린벨트가 훼손됐다면 원상복구를 해야지 망가졌으니까 아예 다른 용도로 사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쥔 지방자치단체장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나서도 이를 막아야 할 정부가 앞장서 그린벨트 해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주택가격 급등이 재개발·재건축 구역을 지나치게 해제하면서 주택 공급 부족으로 발생한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일부 투기꾼이 주거 문제를 재산권으로 접근하면서 주택 가격이 오르고 정부는 근본대책보다는 근시안적인 해결방안으로 접근하면서 아파트 가격 안정만이 주택정책의 전부인 양 비치고 있다. 서민의 주거권은 뒷전으로 밀려 있는 양상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고령층과 빈곤층이 늘면서 서민의 주거권은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될 사회문제가 됐다. 건강한 주거는 건전한 인간과 사회의 기초가 된다는 측면에서도 서민의 주거권 확보는 우선돼야 한다.

엊그제 서울 도심 한복판 고시원에서 지내던 7명이 허망하게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들로 창문도 없는 열악한 곳에서 생활하다 사고를 당했다. 이번 사고는 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국민의 기본권리가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됐지만 아직도 컨테이너와 텐트에 사는 이재민의 심정도 고시원 생활자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도시연구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최저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에 사는 주거빈곤 가구가 전국적으로 37만가구에 이르며 이 중 15만가구는 고시원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방한한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 인권이사회 적정주거 특별보고관은 노숙인뿐만 아니라 고시원 등 ‘적정주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 사는 사람을 ‘홈리스’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시원과 쪽방 등을 살펴본 뒤 위생환경이 나쁜 데다 최저주거 기준에 미치지 못하며 안전이 문제 되는 환경에 놓여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곤층의 열악한 주거환경이 외국인의 눈에 띄었지만, 정부 등 관련 기관은 제대로 파악조차 못했다. 외국인 전문가의 지적을 제때 받아들이고 대책을 세웠더라면 귀중한 목숨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고 후 서울시는 고시원을 비롯한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기로 했다. 서울시내 고시원 5840개소와 소규모 건축물 1675개소가 점검대상이다.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유무와 비상구·피난 경로 장애물 적치 여부 등을 점검한다. 제천과 밀양 화재사고 후 목욕탕과 요양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점검과 비교하면 대상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만들고 제공하는 데 더 행정력을 쏟아야 한다. 재산권으로 전락한 아파트가 아니라 저소득층이 안심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안식처 기능의 주택을 공급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주거권은 생존권이며 인권이다.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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