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다. 한낮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전동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옆에 서 있던 내 또래 어른이 연신 재채기를 했다. 그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벽 쪽으로 다가가더니 가래침을 뱉는 게 아닌가. 벽바닥은 청소용 바닥걸레(마포걸레)를 빨 수 있게 수도꼭지가 들어있는 곳이었다. 휴지나 손수건이 없다면 다음 전동차를 타더라도 쓰레기통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집에 있든, 외출하든 항시 내 주머니에는 손수건이 들어있다. 어쩌다 집을 나선 뒤 바지 뒷주머니에 손수건이 없으면 허전하고 불안하다. 퇴직한 지 10년이 돼 가지만 손수건 지참 습관은 더욱 굳어졌다. 몇 년째 손주를 돌보며 붙은 이력이다.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심할 때면 손수건은 더더욱 필수품이다. 입·코를 감싸고, 손을 자주 씻은 뒤, 재채기가 나올 때면 손수건은 요긴하다. 얼마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주에게 “손수건을 갖고 다니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남 앞에서 하품할 때, 재채기가 나올 때, 침을 뱉고 싶을 때 손수건을 이렇게 사용한다”며 흉내를 내면서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
노청한·서울 은평구 응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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