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A(49)씨는 미세먼지 상황을 보고 매일 일정을 조정한다. 미세먼지가 없으면 친구들과 점심 약속을 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문을 열지 못해 집안 청소는 엄두를 못 내고 세탁소에 옷을 맡기는 정도만 한다.
미세먼지 뉴스가 많아지면 리조트·콘도, 놀이공원, 영화·공연장 매출은 급감하지만 세탁소, 꽃가게, 이비인후과, 목욕탕 매출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미세먼지 농도보다는 미세먼지 관련 뉴스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갑 여닫기를 달리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7일 발간한 ‘미세먼지가 바꾼 소비행태 변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약 230개 업종, 900만여건의 신용카드 매출 집계 데이터와 일별 미세먼지 관련 뉴스 보도량을 분석해 둘 사이 상관관계를 따졌다.
업종별로 평일 중 미세먼지 관련 뉴스양이 연 상위 50%에 해당하는 날의 카드 매출액과 연 하위 50%에 해당하는 날의 매출액을 비교해보니 미세먼지 뉴스가 많은 날과 적은 날 사이 매출액 차이가 나타났다.
리조트·콘도는 미세먼지 뉴스가 많은 날 매출액이 뉴스가 적은 날 매출액보다 36% 적었고 놀이공원은 35%가 줄어들었다. 이어 영화·공연장(-25%), PC방,DVD방(-19%), 특급호텔(-15%) 순으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반대로 세탁소는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많은 날 매출액이 뉴스가 적은 날 매출액보다 40%나 많았다. 화원(+19%), 신차 구매(+13%), 이비인후과(+10%), 온라인쇼핑몰(+6%), 사우나,목욕탕(+3%)도 미세먼지 뉴스가 많은 날 매출이 늘었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업종 매출액이 실제 미세먼지 농도보다 관련 뉴스양과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2013년 미세먼지 예보제 시행, 2016년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등 정부 정책 시행 이후 ‘미세먼지’를 언급한 뉴스양이 2009년 약 1100건에서 지난해 약 3만3000건으로 30배가량 급증하면서 국민들의 관심과 불안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훈 연구위원은 “데이터 분석 결과,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많은 날은 노후화된 기존의 차량 대신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평소보다 13% 증가한 반면, 중고차 구매는 2% 감소하는 등 미세먼지로 인한 소비행태에 흥미로운 변화가 다수 발견됐다”면서 “소비자들이 뉴스를 통해 미세먼지 관련 정보를 인식하면서 실제 미세먼지 농도보다는 미세먼지 관련 뉴스양에 따라 소비행동이 달라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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