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란 용어는 그리스어인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다. 성형하기 알맞다는 뜻이다. 최초의 플라스틱은 당구공 재료로서 비싸고 귀했던 코끼리 상아를 대체할 물질을 찾으려는 노력에서 얻어졌다. 1868년 미국의 존 하이엇이 발명한 플라스틱은 현대 생활에선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소재다. 값싸고 가볍고 다양한 물성을 지닌 플라스틱은 20세기 산업계 전반에 획기적 변화를 일으켰고 인류의 생활 수준을 급격히 향상시켰다. 오죽하면 ‘신의 선물’이라고 했을까.
플라스틱의 유일한 단점은 자연에서 생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다 쓰레기의 85%를 차지하는 플라스틱 때문에 가장 먼저 피해를 본 건 해양 생물들이었다.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향유고래 사체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무려 22㎏이나 발견돼 충격을 줬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방류된 붉은바다거북이는 10일 만에 뱃속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득 품은 채로 사망했다. 최근 바다소금에서도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돼 공포감을 더 했다. 플라스틱이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2016년 중국 왕주량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가 개봉됐다. 중국 산둥성 시골 마을의 11세 소녀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떠 있는 구정물에 빗을 적셔 머리를 빗는다. 플라스틱 처리 공장 굴뚝 위로는 지독한 연기가 연신 뿜어 나오고 쓰레기 더미 밑으로는 침출수가 흐른다. 세계의 ‘쓰레기 공장’이 된 중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7년 폐기물 24가지 수입을 금지해 환경오염을 막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 여파는 세계 곳곳의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세계 1위다. 최근 시민단체 그린피스가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 1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5%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고, 57%는 지난 1년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고 답했다. 정부도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재사용률을 끌어올린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더 늦기 전에 모두 나서야 할 때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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