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필 무렵부터 초여름 더위가 찾아오기 전까지 4, 5월은 황사의 계절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몇 번의 황사가 우리나라를 뒤덮고 지나갈 것이다. 미세먼지로 오염된 공기를 숨 쉬는 것만 해도 마음이 편치 않은데 황사 먼지는 불청객 수준을 넘어서 공포감까지 느끼게 한다. 그 이유는 황사먼지도 미세먼지와 마찬가지로 피부와 눈, 코, 인후 점막에 붙어서 신체를 자극하고 혈관에 쌓이는 등 폐렴, 폐암, 천식, 심장질환, 뇌졸중 등의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황사먼지는 농업, 항공, 기계, 전자 등 여러 산업 분야에도 심각한 피해를 끼치기도 한다.
황사는 중국 북부지역과 몽골 남부지역의 사막에서 발생한 모래먼지 현상을 가리킨다. 사막에서 세찬 바람이 불면 모래먼지가 수 킬로미터 상공까지 올라가고, 동북아시아 상공을 휘감고 있는 강한 서풍대를 따라 1000㎞ 이상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까지 날아온다. 모래먼지가 대류권 제트류를 만나면 이 황사는 태평양을 건너 북미대륙까지 도달하기도 한다.
사막에는 연간 200㎜를 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양의 비가 내린다. 우리나라에 내리는 강수량이 연간 1300∼1400㎜이니 7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메마른 사막에도 겨울에는 눈이 내리는데 그 양이 많으면 사막을 뒤덮기도 한다. 눈이 얼어서 사막 지면에 달라붙으면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모래먼지가 일어나지 않는다. 눈이 많지 않아도 땅이 얼면 먼지가 날리지 못한다. 이것이 겨울에 황사가 적은 이유이다.
그런데 봄이 되면 사막의 눈이 녹고 얼었던 땅도 녹으면서 땅이 푸석푸석해진다. 이때에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사막의 모래먼지가 하늘 높이 올라갈 수 있다. 만약 지난겨울에 중국 사막에 많은 눈이 내리고 추워서 땅이 늦게 녹는다면 우리나라에 나타나는 황사 발생 일수가 적어지거나 황사현상이 늦게 찾아오게 된다. 반대로 전년도 겨울에 눈이 적고 봄철에 온도가 높아서 땅이 빨리 녹는다면 황사는 잦고 일찍 찾아올 것이다. 우리나라가 장마에 접어들 즈음에는 중국 북부지역에도 습도가 높고 비가 많아 모래먼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한 이때에는 남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우세해 사막의 모래먼지가 현지에서 만들어진다 해도 우리나라로 오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황사가 귀찮고 두려운 존재이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자연현상이다.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지역은 세계적으로도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비가 내리려면 대류권 하층에서는 주변 지역의 습한 공기가 모여들어 하늘로 올라가야 한다. 이 공기는 올라가면서 응결해 비를 만든다. 비를 뿌린 후 대류권 상공으로 올라간 이 공기는 상층에 남아 있지 않고 주변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지면으로 내려온다. 대기 상·하층 사이의 질량보존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정리하면, 중국 남부지역에서 상승한 공기가 중국 북부지역에서 하강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 이와 같은 동아시아 공기의 순환구조로 인해 중국 북부와 몽골지역에서 건조한 사막이 형성된다.
황사의 강도와 발생 횟수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겨울철과 봄철 기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지역에서 내리는 비와도 연관돼 있다. 게다가 북극지역의 빙하 면적이 우리나라 황사 활동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십 수년의 자료를 분석하니 봄철 빙하 면적이 작을수록 우리나라 연중 황사 발생 횟수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북극 카라·바렌츠해에서 빙하가 줄어들면 동북아시아에서는 기압골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몽골과 중국 북동부 등의 황사 발원지에서는 불안정한 대기가 자주 나타나고 황사 발생이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해의 빙하가 감소하고 우리나라에는 황사를 더 자주 발생시키고 있다. 걱정스러운 점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황사가 더 자주 발생하고 강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기온이 올라가면 사막에 내릴 눈이 비로 바뀔 것이고, 겨울에 얼었던 땅이 봄에 더 빨리 녹을 것이기 때문이다.
허창회 서울대 교수·대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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