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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보수한 미륵사지 석탑이 불완전해 보이는 이유

입력 : 2019-05-08 10:17:17 수정 : 2019-05-08 1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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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 석탑 보수·정비 준공 기념 포럼
미륵사지 동탑(앞쪽)과 서탑

"석탑 수리가 다 끝난 건가요. 동탑과 달리 불완전하게 복원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지난달 30일 열린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 보수·정비 준공식 현장에서 김현용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왜 석탑을 보수하다 만 것처럼 두었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

미륵사지에는 1990년대 초반에 이른바 '복원'했다는 동탑과 이번에 보수가 종료된 국보 서탑이 나란히 섰는데, 두 탑은 모양새가 현저히 다르다. 9층 동탑이 완성된 형태를 갖췄다면, 서탑은 6층인 데다 한쪽 면은 마치 돌을 대충 쌓은 것처럼 느껴진다.

백제 무왕(재위 600∼641) 대에 지은 현존 최고(最古)·최대(最大)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상당히 훼손됐고, 일제강점기에 촬영한 사진 속에서도 6층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응급 보수를 했으나 80여 년이 흐르면서 석탑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자 문화재위원회는 1999년 전격적으로 해체를 결정했고, 2001년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

일제가 사용한 콘크리트 185t을 제거한 뒤 부재를 강화하고 다시 쌓기까지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16년. 이후 석탑을 둘러싼 가설 덧집 해체와 주변 정비를 마무리하면서 20년 동안 진행된 대역사를 마쳤다.

석탑 보수 작업을 맡은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한국위원회, 한국건축역사학회와 함께 1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20년, 문화재 수리의 현황과 과제' 포럼을 열어 미륵사지 석탑이 어떠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보수됐는지 소개하고 문화재 수리의 원형과 바람직한 수리 방안을 논의한다.

8일 공개된 발표문에 따르면 김 연구사는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현황과 의의'를 이야기하면서 석탑이 불완전해 보이는 연유를 설명한다.

김 연구사는 "비대칭 형태로 완성된 석탑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미륵사지 석탑은 문헌 기록 조사와 해체 과정에서 층수 등 창건 당시 원형을 입증할 수 있는 실체적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확한 원형을 알 수 없다면 복원은 추론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멈춰야 한다는 것이 문화재 보존의 보편적 이념"이라며 "추정에 의한 복원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미륵사지는 금당과 탑을 세 개씩 조성한 삼원식(三院式) 사찰로, 중앙에는 목탑을 두고 서쪽과 동쪽에 석탑을 건립했다. 하지만 서탑은 물론 동탑도 정확히 몇 층이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동탑은 원형 회복을 뜻하는 '복원'이 아닌 창조적 산물에 가깝다고 평가된다.

김 연구사는 "옛 부재의 물리적 성능은 새로운 석재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복원 범위가 확대되면 옛 부재를 사용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며 옛 부재 활용과 원형 보존 측면에서도 6층을 초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륵사지 서탑과 동탑은 문화재 수리 역사와 가치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자 문화재 수리 방법에 대한 탐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목원대 명예교수인 이왕기 이코모스 한국위원장은 "건축문화재는 원형 보존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문화재라는 것이 전제이므로 어느 정도의 변화와 변형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대체로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재료 교체, 생활을 위한 경미한 변경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문화재 수리는 가능한 한 원형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보존 정책의 획일성과 통일성, 도구의 기계화는 문화재 원형을 왜곡하고 규격화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포럼에서는 이외에도 고고학적으로 살펴본 문화재 원형 보존, 석조문화재 보수에서 원재료 사용과 과제, 미륵사지 석탑 해체·보수 공사를 위한 구조공학적 분석과 발전 방향에 대한 주제 발표가 진행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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