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청소하시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주말에 술 마시고 즐기는 분들이야 좋을지 몰라도, 치우지 않고 그냥 버리고 가면 치우시는 분들만 죽어나는 거죠.”
27일 찾은 서울 한강 여의도공원. 환경미화원들이 비를 맞으며 잔디밭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비 내리는 한강공원과 어울리지 않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잔디밭부터 나무 밑동까지 버려진 각종 음식물 쓰레기가 빗물에 젖은 채 방치돼 있었다.
빗물에 버려진 치킨 뼈부터 포장 용기, 돗자리, 플라스틱 컵 등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곳곳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먹다 남은 맥주병 속에는 치킨 뼈가 들어 있었고, 컵라면, 나무젓가락, 맥주 캔 등 각종 음식물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빗물에 젖은 음식물 쓰레기에서는 비릿한 악취까지 풍기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은 그야말로 ‘쓰레기 공원’이라고 불릴만했다. 우산을 쓴 채 쓰레기통 주변을 살펴보았다. 비닐 봉투에 쌓인 채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는 먹다 버린 떡볶이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봉투 틈 사이로 떡볶이 찌꺼기가 흘러내렸다. 쓰레기 더미에는 먹다 남은 치킨 조각부터 컵라면, 나무젓가락, 술병, 맥주 캔, 족발 등 각종 음식물 쓰레기가 섞여 있었다.
부패한 음식물에서 풍기는 악취가 코를 찔렸다. 음식물 수거함에는 버려진 음식물과 나무젓가락, 비닐 봉투 등 각종 쓰레기가 음식물이 용기째 버려져 있었다.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를 분리하기 위해 설치한 음식물 수거함에는 빗물과 함께 쓰레기까지 담겨 있었다. 도저히 음식물 수거함이라고 볼 수 없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비가 올 때마다 빗물을 타고 음식물 찌꺼기가 한강으로 바로 유입된다는 것.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한강 곳곳에는 각종 플라스틱 술병과 음식물 쓰레기에서 빗물과 함께 흘러내리고 있었다. 각종 용기와 버려진 음식물 찌꺼기는 공원 물웅덩이마다 둥둥 떠 있었다.
산책을 나온 인근 주민은 “방송에서 떠들어 봐야 소용없어요”라며 “자기들이야 놀다 가면 그만이지만, 남은 사람들만 고생이죠.”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쓰레기 더미 주변에는 어김없이 비둘기 때가 음식물 쓰레기를 쪼아 먹는 광경이 연출됐다. 공원을 찾은 시민은 공원 입구 쪽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악취와 각종 쓰레기를 보고 불쾌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 주민 정모(42)씨는 “비만 오면 반복되는 거잖아요. 한두 번도 아니고, 한강공원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자 해도 안 됩니다”라며 “버리고 간 사람들을 잡아서 직접 청소를 시켜 봐야 정신을 차릴까? 보세요. 저거 누가 줍고 싶겠어요?”라며 인상을 찡그렸다.
한공 공원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버려진 쓰레기는 모두 재활용이 불가능한 상태. 빗물 젖은 채 버려진 쓰레기는 재활용하려면 안에 든 내용물을 버리고 세척까지 해야 하는 실정. 손으로 일일이 분류하면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수지가 맞지 않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강 공원 한 관계자는 “아침 5시30분부터 공원을 청소 한다”며 “비에 젖은 쓰레기를 봉투에 담기 힘들뿐더러 분리수거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라며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 수거함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분리해서 버려주셨으면 합니다”라며 토로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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