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포화 예정인 수도권매립지의 대체지 확보 방안이 답보상태에 놓이자 인천시가 자체 처리장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줄곧 관망하고, 수도권 3개 시·도가 참여 중인 협상 테이블에서 올해를 넘기면 더욱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발생지 처리’ 원칙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22일 인천시에 따르면 환경부를 포함한 서울·경기 등 ‘4자 협의체’는 2025년 사용이 종료되는 서구 수도권매립지 대체부지 확보 차원에서 공모제 방식의 유치를 추진 중이지만 사실상 제자리다. 주민 혐오시설인 탓에 상당한 지역 여론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도권매립지를 관내에 둔 인천시는 기관 간 입장 차이로 난항이 거듭되면서 자체매립지 조성을 공론화하는 모양새다. 당장 서울시와 경기도가 대체 후보지 유치에 적극 나서지 않고, 환경부도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자 독자적인 노선을 걷겠다는 전략이다.
인천시 고위 관계자는 “논의가 잘 안 되면 각자 대체 매립지를 갖추는 게 맞다. 3-1 매립장 종료 이후 쓰레기 걱정 없는 도시를 만들고자 독자적·안정적 폐기물 처리기반을 마련코자 한다”면서 “1992년부터 28년째 이어온 수도권 전체 생활폐기물 최종 처분장으로의 역할은 반드시 마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박남춘 인천시장·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수도권 대체 매립지 조성’ 정책건의문을 지난달 12일 환경부에 보낸 바 있다. 입지 대상지에 전체 사업비 20% 수준의 특별지원금(2500억원 규모)을 제공하며, 절반 이상을 국가에서 부담하라는 게 골자다. 반면 환경부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자체적 매립지 확보 작업에 착수한 인천시는 ‘시장·군수·구청장은 폐기물의 적정 처리를 위한 시설을 운영해야 한다’는 폐기물관리법 규정을 내세우고 있다. 인천만 따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는 동시에 2025년 이후 서울시와 경기도의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대체부지 마련이 어려운 2개 지자체를 압박해 간접적으로 환경부가 협상 전면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천시는 자체매립지 선결 과제, 시민·기초자치단체와 공감대 형성 및 협치 방안, 입지 지역의 주민과 갈등 해결 최소화 등을 자체적으로 검토 중이다. 8월 말쯤 관련 기본계획 및 타당성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생활폐기물로 인해 30년 가까이 피해를 본 우리 시와 시민들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취지”라며 “전문가와 각계각층의 충분한 의견을 들어 합리적 대안이 마련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구 오류동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운영이 시작됐다. 당초 2016년 매립을 마칠 예정이었지만 대체지 미확보에 따라 인근의 3-1공구를 추가로 사용 중이다. 2015년 6월 ‘4자 협의체’는 합의에 따라 대체 매립지 조성에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여전히 이견만 확인한 채 접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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