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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캐스팅보트’ 쥔 5인 모두 “환경영향평가서 부정적”

입력 : 2019-08-20 15:00:00 수정 : 2019-08-20 14: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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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울산바위. 뉴시스

 

설악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게 해달라는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대해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갈등협의회)가 사실상 ‘부적정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환경영향평가에 영향력이 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도 ‘부동의’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이달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어 5년을 끌어온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지 주목된다.

 

◆중립위원 전원 “케이블카 사업 문제점 보완안돼”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바른미래당)과 이정미 의원(정의당)에 따르면 지난 16일 갈등협의회는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 제12차 종합토론을 벌였다. 양양군이 지난 5월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서에 국립공원위원회와 국회 지적 사항이 제대로 반영됐는지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산양 및 멸종위기종 보호, 기존 탐방로 제한,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 보호, 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작성 의혹 등 8가지 주제를 검토했다.

 

그 결과 갈등협의회 14명 위원들 가운데 사업자나 사업자가 추천한 4명만 동의 혹은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고, 8명은 부동의 혹은 보완내용 미흡이라고 판단했다. 나머지 두 명은 원주지방환경청 공무원이라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특히 부동의·보완내용 미흡이라고 밝힌 8명 가운데 환경단체 추천을 받은 3명을 뺀 5명은 중립적인 위치여서 갈등협의회의 ‘캐스팅보트’는 사실상 이들이 쥐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중 4명은 보완내용이 미흡하다고 봤고, 1명은 부동의라고 밝혀 모두 케이블카 사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주요 쟁점별로 살펴보면, 먼저 산양 및 멸종위기종 보호에 대해 양양군 측은 “산양이 인근지역으로 회피하거나 산책로 밑으로 이동이 가능해 케이블카로 인한 교란은 적을 것”이라며 “케이블카와 야생생물은 경쟁관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립 성향의 위원들은 “해외문헌에도 산양은 교란(소음)에 매우 민감하다”며 “또한, 산양 외 무산쇠족제비와 하늘다람쥐 등 다른 멸종위기종에 대한 조사는 전혀 안 돼있다”고 지적했다.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 보호방안에 대해 양양군은 “표토 및 비오톱 이식공법을 적용해 희귀식물을 이식하겠다”고 했으나 중립 위원들은 “이 이식공법은 희귀식물의 종별 특징을 반영하지 않아 현실적이지 않다”고 봤다.

 

평가서 거짓·부실 의혹을 두고서도 양양군은 “현지조사표와 실제 내용이 다른 부분은 있으나 충실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조사자의 전문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중립위원들의 의견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위원은 “검토의견(국립공원위원회가 제시한 부대조건, 국회지적사항 등)에 회신하고 준비할 기간이 많았음에도 보완사항이 매우 미흡하다”고 밝혔다.

 

◆동의·부동의… 환경부 결론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로 추진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이듬해 8월 국립공원위원회가 사업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환경파괴 우려를 무릅쓰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는 게 맞는가’를 두고 찬반 논쟁이 격화하자 원주지방환경청은 이해당사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갈등협의회를 구성해 쟁점을 들여다보도록 했다.

 

갈등협의회는 2016년 10월 5차 회의까지 진행하고 중단됐다 지난 5월 양양군이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서를 내면서 재개됐다. 갈등협의회 일정은 16일 종합토론이 마지막이었다.

 

환경부는 갈등협의회의 검토 결과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에서 작성한 연구보고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달 말 케이블카 건설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환경부의 선택지는 ‘조건부 동의’와 ‘부동의’로 좁혀진다. 갈등협의회와 국책연구기관의 입장만 놓고 보면 부동의로 기울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이 사업을 지역경제에 기여할 숙원사업으로 여겨왔다. 

 

또, 동서고속화철도(춘천∼속초)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사업 등 대형 토목사목이 잇달아 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넘은 최근의 분위기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이상돈·이정미 의원은 이날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환경부는 국립공원 환경보호 및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존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하루빨리 이 건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내려 해묵은 갈등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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