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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등급車 운행제한 5분의1로 줄어… 뒷걸음친 ‘저감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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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6 10:30:00 수정 : 2019-11-16 10: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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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용두사미’ 된 ‘삼한사미’ 예방 정책 / 인구 50만 이상 도시서 수도권만 대상 / 지자체 “취약계층 대상자 많다” 난색 / 노후 경유차 20% 수준 쪼그라들어 / 시행 코앞인데 법안 국회 문턱 못 넘어 / ‘계절관리제’ 100% 이행 가정할 경우 / 12∼3월 평균농도 24% 저감 가능 분석 / “고농도 원천봉쇄 어렵지만 시행 절실해”
‘30→32→31→33㎍/㎥’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중 초미세먼지(이하 미세먼지)가 가장 심할 때(12월∼이듬해 3월) 전국 평균 농도다. 정부는 ‘미세먼지가 조금은 줄었다’고 하지만 이를 체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세먼지에 이목이 집중되는 시기에 평균 농도가 조금씩 오르고 있으니 정부 발표를 믿기 힘들다. 고농도 계절에 ‘특별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지난달 발표한 국민 정책제안은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고농도 기간만이라도 강도 높은 규제(계절관리제)를 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배출량을 낮춰 놓으면 며칠씩 대기정체가 이어져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계절관리제가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회 전반에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어서다.

 

◆야심찬 계획… 현실은?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5등급 차량은 전국에 247만대가 있다. 이 가운데 경유차가 244만대로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생계형과 저공해조치 신청 차량을 빼고, 수도권과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5개 광역시 및 청주, 천안, 제주, 포항, 김해, 창원)에서 12월부터 넉 달간 운행을 제한하자는 게 국민 정책제안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넘겨받아 확정한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 특별대책’에는 수도권으로 시행 범위가 줄었다. 원칙적으론 타지역 5등급 차량도 이 기간 수도권을 지날 수는 없다. 하지만 ‘상시조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247만대 가운데 넉달간 발이 묶이는 차는 비수도권, 저공해조치차, 생계형을 빼고 나면 45만대(18.2%)로 줄어든다.

그마저도 이번 겨울은 건너뛸 공산이 크다. 관련법(미세먼지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7일 상정돼 아직 통과 전이다. 이번 정기국회에 통과된다 하더라도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는 당장 제도 시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며 ‘의지의 문제’라지만, 지자체도 사정은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노후경유차 소유자들이 불법적으로 차를 취득했거나 탈세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차를 바꿀 여력이 안 되는 취약계층일 수도 있는데 제도 발표 한 달 만에 시행할 순 없다”며 “내년 2월까지 제도를 홍보하고 3월부터 시행하자는 게 우리 입장인데, 사실 그 기간(홍보 3개월)도 부족할 수 있다”고 했다.

수송 부문 중 비도로이동오염원(선박, 건설기계 등)은 간과하기 쉽지만, 사실 도로이동오염원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세먼지특별법 개정안에는 고농도 기간 선박이 저황유를 쓰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문제는 예산이다. 저황유는 일반 연료보다 30% 더 비싸 이 부분에 대한 보전(2000억원 추산)이 필요한데 예산이나 지원조치가 없으면 올겨울은 시행이 어렵다.

석탄화력발전 최대 27기 가동 중단은 국민 정책제안 중 가장 파격적인 내용으로 꼽힌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7기를 멈춰도 전력수급에는 문제없다”고 했지만, 그만큼 늘어나는 발전비용을 어떻게 할지 아직 방법이 없다. 석탄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가동되면 8472억원가량 비용이 오를 수 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국고로 보조하는 방안을 첫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지만, 4개월간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약 보름 뒤면 가동 중단이 시작되지만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계절관리제, 고농도 지역일수록 효과 커

만일 국민 정책제안이 100% 이행됐더라면 십수일간 잿빛 하늘이 이어진 지난 2∼3월같은 ‘재난’을 피할 수 있었을까.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지난해 12∼올 3월과 똑같은 기상조건을 전제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는 ‘고농도는 피할 수 없지만, 최악은 아니다’로 요약된다.

전국 일 최고농도는 137㎍/㎥에서 102.3㎍/㎥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3월5일 서울은 일평균농도가 135㎍/㎥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는데 계절관리제가 진행 중이었다면 91.5㎍/㎥로 억제할 수 있었다는 게 국가기후환경회의 계산이다. 여전히 ‘매우 나쁨’(76㎍/㎥ 이상) 기준치를 훌쩍 넘지만, 3월5일 이전 최고기록(129㎍/㎥)에는 못 미친다.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중단으로 배출량을 낮추면 중국발 먼지나 대기 정체가 오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단 의미다.

계절관리기간 넉달 간 평균 농도도 24% 내려갈 전망이다.

특히 기존에 농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저감효과가 크다. 지난해 12월∼올 3월 평균농도가 40.3㎍/㎥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던 울산은 30.3㎍/㎥로 10㎍/㎥이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남은 38.7㎍/㎥에서 28㎍/㎥로, 경남은 38.2㎍/㎥에서 28.2㎍/㎥로 모두 두 자릿수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충남과 사업장이 많은 경기는 각각 7㎍/㎥, 6.4㎍/㎥ 정도의 저감 효과가 예상된다.

‘나쁨’(36㎍/㎥ 이상) 일수 역시 지난해 12월∼올 3월 39일 발생했지만, 계절관리가 시행되면 정체가 일어나더라도 보름 넘는 23일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나쁨 일수도 전남(35일 감소)과 울산(30일 〃), 광주(29일 〃) 등지에서 감소가 두드러지고, 서울(15일 〃)과 경기(12일 〃), 충남(13일 〃)도 숨 쉴 만한 날이 열흘 이상 늘어나게 된다.

시뮬레이션을 담당한 김순태 아주대 교수(환경안전공학)는 “고농도 기간 배출 저감 노력을 하면 분명히 개선효과는 있다”며 “고농도를 원천봉쇄할 수는 없지만 그 기간을 줄이고, 강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국가기후환경회의 공동기획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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