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부터 3월 말까지 수도권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이 제한된다. 공공부문은 다음 달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차량 2부제가 시행된다.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하는 무인비행선이 전국 국가산업단지에 배치되고, 사업장의 미세먼지 배출 감시 인력도 현재 470여명에서 내년 1000명으로 늘어난다. 어제 환경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방안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는 내달 1일부터 5등급 차량의 사대문 안 진입을 금지하며 위반 시 2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미세먼지 저감에 발 벗고 나선 것은 반갑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분석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의한 한국의 조기 사망자는 1만5800명에 이른다. 사람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은밀한 살인자’를 추방하려면 범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최근 발표된 한·중·일의 초미세먼지 공동연구 결과에서 국내 자체 발생이 51%로 중국 요인(32%)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우리의 실천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계절관리제는 9월 말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정책 제안에 따른 것이다. 지난 1일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마련한 지 한 달 만에 서둘러 시행하다 보니 미흡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이 수도권 등록 차량으로 한정됐다. 여기에 영업용 차량과 매연저감장치 부착 및 신청 차량이 빠지면서 전국의 5등급 차량 225만대 중 12.4%인 28만대만 적용받는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대폭적인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전력 수급 사정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발전소를 가동한다는 입장이다. 핵심 대책이 줄줄이 축소되거나 미뤄지면서 사실상 ‘시범 운영’에 그치는 셈이다.
석탄은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핵심 오염원이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비중이 2016년 30%에서 지난해 23.4%로 급락하는 바람에 같은 기간 석탄 발전 비중은 40.2%에서 42.3%로 되레 높아졌다. 한국의 1인당 석탄 소비량은 세계 2위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에서 지난해 석탄 소비가 증가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청정 에너지인 원전을 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반쪽’에 불과하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탈원전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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